12일 오후 4시 대한제국 국새(國璽) 특별전 개막행사가 있느니 참석해 달라는 문화재청장의 초청장을 받고 한동안 마음이 설렜다. 지난 25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반환한 대한제국 국새를 비롯한 조선왕실 인장(印章) 9점이 13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 형태로 공개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노력으로 60년 만에 되돌아온 조선왕실 어보(御寶)이기에 더 그렇다.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백악관 청원에 동참했고, 국회에서도 안민석 의원의 주도로 40여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반환을 촉구하는 서면을 보냈다.
미국에서도 미국 동포들의 13개 시민단체가 연합해서 운동에 동참해 주시는 등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셨다. 또한 제이크 정 변호사의 주선으로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장 메넨데즈 의원이 청원서를 받아주고 직접 국무부와 국토안전부 장관에게 전달해 주는 등 각계 각층의 노력의 결과로 성공에 이를수 있었다.
감개무량(感慨無量)한 마음에 초청장을 읽다가 나는 문득 ‘자주독립의 꿈, 대한제국의 국새’란 제목에 몹시 마음이 상했다. 대한제국은 1897년 고종이 황제에 즉위(卽位)하면서 세계만방에 우리가 자주독립국가임을 선포하면서 출발했다. 그런 취지에서 본 다면 대한제국의 국새는 자주독립의 상징(象徵)이요 엄연한 국권의 실체(實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이란 존재하지 않는 생각을 그려보는 일일뿐,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다. 그런데 대한제국의 국권을 상징하는 국새가 자주독립의 꿈이라고 표현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대한제국은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독립운동을 추진하는 망명정부나 임시정부가 아니라 외교, 정치, 국사의 실권을 갖고 있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정치행위의 최종 결재권자는 대한제국의 황제요, 결재(決裁) 도장인 국새는 권력의 실물인 것이다.
자주독립의 꿈이란 말을 영역하면서 사용한 영어 단어 ‘aspirations’ 는 이 제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더욱 강하게 반증한다. aspirations는 아직 성취하지 못한 상태에 대한 강한 소망을 표현하는 단어로 갈망, 염원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그렇다면 자주국을 선포한 대한제국이 자주독립의 꿈을 꾸었다는 말은 매우 이상한 문장이 되어 버린다. 대한제국 선포의 정신은 자주국을 선포한 것을 상기해 본다면, 실체로 존재한 자주국가의 정치권력을 상징하는 국새를 문화재청은 왜 꿈이라고 표현해 버린 것일까?
6.25 전쟁시기 미군이 불법반출(不法搬出)한 대한제국 국새를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반환해 달라고 했던 응답하라 오바마 운동은 ‘국권의 상징’을 담은 실체, 대한제국 황제지보(皇帝之寶)를 돌려달라는 운동이었다. 미국측도 대한제국 국새가 가진 상징성을 충분히 이해 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국권의 상징을 우리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문화재청이 엄연히 실존한 ‘자주독립의 상징’ 국새를 ‘자주 독립의 꿈’이라고 표현, 실재하지 않았던 이상을 담은 물건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백번을 양보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대한제국 국새반환운동이 성공한 뒤, 문화재청은 그동안 대한제국 국새 반환운동을 응원하고 협력했던 민간의 노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자신들이 주무부서로서 모든 걸 진행하고 성과를 내었다고 홍보하기 바쁜 듯 하다.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 정부로부터 빼앗겼던 문화재를 되찾아 오는 대표로 서는 것은 누구나 찬성하고 지지하는 일이다. 그러나 민간의 역할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실제로 맨 앞에 서서 싸웠던 사람들을 모른척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대한제국 국새 반환이라는 민족적인 경사 앞에 누가 사건을 진행하고 공적을 세웠다는 것도 사실은 무의미 할 수 있다. 다함께 모두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성공인 만큼 문화재청의 자랑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만은 실재한 자주독립 국가의 물건을 ‘꿈’이라고 표현한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한제국 국새는 ‘자주독립의 상징’이지 ‘자주독립의 꿈’이 아니다. 사소한 실수로 보일지 모르지만 국새를 꿈이라고 부른 일은 결국 문화재청이 대한제국 국새 반환의 상징성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발생한 실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