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4시 울란바트로를 출발했다.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말 타러 가는 길이다.
비가 장난이 아니다.
와이퍼가 힘들어 한다.
미쳤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말 타러 가는게 말이나 되냐구.
앞자리에 앉은 김셰프만 태연하다.
"몽골비는 도깨비 비다. 도착하면 하늘이 개인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도착하니 5시 반이다.
거짓말 같이 비가 그친다.
6시 부터 9시 까지 신나게 말을 탔다.
쑈다리 부부의 몽골 드림은 초원에서 영화 같은 말 타기였다.
내일 몽골을 떠난다.
환송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 마시다가 그 얘기를 들었다.
김셰프는 승마 고수(高手)다.
그냥 넘기지 않는다.
우당탕탕 쑈다리 부부의 소원 풀어주기 프로젝트가 급조됐다.
쑈다리 부부와 나는 시간도 늦고 비도 와서 어렵다고 망설였다.
하지만 김셰프의 무대뽀는 강했다.
날씨가 안받혀주면 우중 드라이브 한 셈 치기로하고 따라 나섰다.
결과는 대 대 대 만족이다.
쑈다리 부부는 말 타는게 두번째라고 했다.
그런데 초원에서 질주를 해버린다.
OMG!! 이게 말이 되는겁니?

우서와 수야는 신바람이 났다.
달리고 달리고를 멈추지 않는다.
몽골에 온 유투버는 많다.
컨셉은 비슷하다.
고비 사막이나 흡수골이나 쳉헤르를 다녀와서 소개하는 정도다.
말을 타고 초원을 제대로 달리는 영상은 아직 보지 못했다.
쑈다리 부부가 말을 타고 몽골의 초원을 서부 영화에서 처럼 달린 최초의 유투버가 될 것 같다.
떡상 대박이 기대된다.
나는 말을 스무번도 넘게 탔다.
그냥 얌전하게 또깍또깍 탔다.

오늘은 두 청춘을 보며 자극 받았다.
처음으로 빠르게 달려보았다.
초원을 달리고 언덕을 넘고 숲을 지났다.
비로 수량이 불은 하천을 열 개도 더 건넜다.
신발과 바지가 몽땅 젖었지만 기분은 눈누난나 하늘을 난다.
말 타는 찐재미를 느꼈다.
여행에서 만나는 청춘은 나의 스승이다.
살짝 몰래 배운다.
나이 70에 처음으로 스카이 다이빙, 페러글라이딩, 헬기 타고 빅폴 날기, 쿼드 바이크, 낙타 타기를 해봤다.
이제 71살이다.
서툴지만 속보 말타기를 해봤다.
푸하하하 ~

밤 열 시에 저녁을 먹는다.
꿀 맛이다.
우서가 말 했다.
"삼촌을 보니 나이가 들어서도 홀로 자유배낭여행이 가능하겠구나라는 확신이 드네요"
당근이지.
난 죽을 때 까지 홀로 지구별 여행을 멈추지 않을꺼다.
침대에 눕자마자 떡실신 해버렸다.
우서에게서 카톡이 왔다.
"저희 카자흐스탄에 잘 도착했어요"
"건강해라.
나중에 연극 배우로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선 너희들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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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르헉에 배 터질뻔>
한국에서 손님들이 왔다.
5일 동안 내내 골프만 친다.
신기방기하다.
골프만 칠거면 동남아로 가지 왜 몽골 온거임?
알고보니 몽골에서 열심히 살고있는 용배 아우를 격려하기 위해서 온거였다.
용배 동생 사회생활 잘 한듯 ㅎㅎ
그래도 너무 밋밋해 보인다.
몽골에 왔으니 식도락(食道樂)이라도 즐기고 가야지.
특별히 몽골 대표 요리인 허르헉 파뤼를 준비했다.

허르헉은 양을 잡아 내장을 빼고 가죽을 벗긴후 불에다가 뜨겁게 달군 돌과 각종 야채를 넣어 삶는 요리다.
김이 안 나가도록 뚜껑을 닫고 장작을 때서 돌의 열기로 익힌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어진다.
고기가 연해진다.
외국인들의 입 맛에 잘 맞는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몽골 전통 요리다.
시간이 오래 걸려 미리 주문해야 먹을수 있는 특별한 요리다.
이번에도 몽골 아줌마 미나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한국에서 오래 살았다.
한국말을 잘한다.
중고차 딜러다.
딸이 셋이 있다.
첫째는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친한파 아지매다.

남편인 오이나도 한국에서 일했었다.
덩치가 크고 무뚝뚝하게 생겼다.
실제로는 한국말로 우스개 소리도 잘하고 친절하다.
처음 만나도 형님 삼촌 누님이라고 부르며 허물없이 대한다.
아내는 밖에 나가 돈을 벌고 그는 집 안 살림을 도맡아한다.
오늘도 아침 부터 양을 사와서 직접 잡고 요리를 준비했다.
지난번에는 한국인은 염소를 좋아하는것 같다며 염소 허르헉을 준비 했었다.
먹어보니 잡내가 조금 나고 물렸다.
이번에는 제대로 양 한 마리를 잡아서 준비했다.
몽골식 허르헉과 함께 한국식 양고기 로스를 시도해봤다.
소고기와 식감이 똑같다.
한국인 식성에 맞추어 상추, 배추, 양파, 쌈장, 참기름 소금, 김치 까지 내온다.
양고기 숯불구이와 궁합이 잘 맞는다.
모두가 엄지척이다.
최고의 맛이다.
한국인 6명과 몽골 사람 두 명이 먹었는데도 많이 남는다.
배 터질뻔 했지만 뿌듯하다.

내륙국가인 몽골에서는 해산물은 구경하기 조차 힘들다.
한국생활 경험이 있는 미나 부부는 한국에서 먹어본 새우구이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단다.
정 많은 한국인들이 어렵게 냉동 새우를 공수해왔다.
감동의 도가니탕 분위기다.
'에덴' 보드카의 빈 병이 줄줄이 나둥그러진다.
유명 식당보다 백 배 낫다.
게르에서 직접 잡아서 요리한 허르억을 먹어보면 몽골을 제대로 느낄수가 있다.
허르헉으로 행복해지니 몽골이 진짜 몽골몽골하게 보인다.
몽골식은 삶아서 먹는다.
이 날은 특별히 주문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양고기 로스로 준비했다.
새로운 요리 방식의 양고기 구이의 인기가 최고다
주로 여름에만 와서 사는 별장식 주택단지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차로 3~40분 거리다.

주로 여름에만 와서 사는 별장식 주택단지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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