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친이 나에게 묻는다.
요즘 며칠 째 포스팅도 안하던데 뭐하고 지내느냐?
무슨 일이 있는거냐?
어디 아픈건 아니냐?
아니면 오카방고 델타 삼각주의 정글 속에 깊숙히 들어가 있는거냐?
에구궁~
사실은 요새 화려한 집밥을 끼니 때 마다 먹으며 호강하느라 세월 가는줄 모르고 지낸다.
집밥에 빠져서~
조남연 후배와 보츠와나 한인회 정회장이 매일 챙겨주며 행복 고문을 하는 바람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어제는 한량 교민 심사장 부부가 합세해서 연어회와 초밥과 청국장 안주로 처음처럼이랑 놀았다.

보츠와나에 와서 7일 째인데 외식을 한번도 안했다.
모두 남연 후배와 정회장 집에서 먹었다.
한식에 필요한 식재료가 전부 다 있다.
모두 남아공에서 수입되어 들어온다.
연어, 장어, 전복 등등 없는게 없다.
한국 식품점은 없지만 3군데 대형 중국 마트를 통해 공급된다.
가보로네 시내에 아리랑이라는 한국 식당이 한 군데 있긴 하지만 한국 교민들은 가지 않는다.
코로나로 한국인은 철수하고 현지인이 운영하는데 비싸기만하고 맛이 없다.
정선재 한인 회장 집이 사랑방(舍廊房)이다.
각자 음식과 술을 싸들고 모인다.
지금 한국에서는 집에 초대해서 식사하는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가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으로 손님 접대를 한다.
보츠와나에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출수 있는 식당이 없다.
대신 집도 넓고 메이드들이 있어서 집에서 한국식으로 회식을 하는게 만족도가 높고 편하다. 삶의 질이 높다.

당연히 훨씬 정감이 간다.
8개월로 접어든 긴 유랑길에 만난 오아시스다.
양고기가 아니라 한식 먹방을 펼치며 노변정담(爐邊情談)을 나눈다.
내일부터는 골프를 다시 시작해보려한다.
교민 중에 한 분이 선뜻 여유분 골프채를 빌려 주었다.
집밥 고문이 행복하다.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지내고 있다.
다음 여행지인 케이프 타운은 나의 100번째 나라이기에 나름 큰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Here and Now다.
난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로 했다.
카르페 디엠^^
아프리카 내륙 보츠와나에서 동물의 왕국 구경 대신 집밥 고문과 인정의 쓰나미를 즐긴다.
**************
<초복달임>
- 가보로네, 보츠와나, 아프리카

한국은 오늘이 초복이지만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보츠와나는 겨울이다.
몸은 비록 아프리카에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초복 달임을 빼먹지 않는다.
오지랍이 넓은 보츠와나 최고의 한식 쉐프인 정선재 한인회장이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나섰다.

장어 소금구이, 토종닭 백숙과 닭죽, 소머리 수육으로 한 상 푸짐하게 차렸다.
아프리카에 먹방 찍으러 온것 같은 착각 마저 든다.
유랑하면서 살이 빠지는게 아니라 디룩디룩 찌는것 같아 살짝 걱정이다.
하지만 긴 여행을 하려면 무조건 잘 먹어야한다.
자상하게 챙겨주는 정회장 부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맛나게 먹고 몸 보신 든든하게 해서 남은 아프리카 여행에 대비해야겠다.

********************
<감자탕 파뤼>
오늘 정회장이 중국마트에 가서 돼지 등뼈를 사와 직접 손질해서 감자탕을 끓였다.
나는 지금 8개월 간의 긴 여행을 하다가 보츠와나의 수도 가로보네에 있는 정회장 집에서 매일 한식으로 몸보신을 하며 여독을 풀고있다.
며칠 푹 쉬다 보니 긴장이 풀어져서 몸이 늘어진다.
모레 케이프 타운으로 떠날 예정이다.
정회장이 내가 떠나기 전에 잘 먹어야한다면서 보양식을 챙겨준다.

오늘은 오카방고 여행에서 막 돌아온 고등학교 후배인 조사장 부부가 자리를 함께했다.
아프리카에서 이런 호사를 누릴줄이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젠 먹방 사진 올릴 기회도 별로 없을것 같다.
행복한 시간이 끝나간다.
닦고 조이고 기름 쳤으니 또 다시 기운을 내서 노매드의 길을 나서야겠다.
감사하다.
*******************
<조르바냐? 빠삐용이냐?>
1. 희랍인 조르바는 영혼의 자유를 상징한다.
조르바는 산투스라는 악기에 빠져 가진 돈을 몽땅 털어서 구입하고 배워서 떠도는 삶을 산다.
광산이 망해 상심 하지만 다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춘다.
멋진 멘트들이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거지"
"결혼은 공식적으로는 1번 했지만 비공식적으론 1천번 아니 3천번 쯤 될걸. 정확히는 나도 몰라. 숫닭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거 봤어?"
"내게 중요한 것은 어제도 내일도 아니다. 오늘,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이다"
"산다는게 곧 말썽이지"
"분별있는 사람은 브레이크를 쓰지.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지 오래야. 나는 꽈당 부딪치는걸 두려워하지않아"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 그러니까 잃을것도 없어. 죽음에 이르게 할지라도 나는 자유야"
프리드리히 니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말한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해방을 이룬 초인(위베멘쉬 U"bemensh) 같다.
자유와 해방^^
얼마나 멋지고 감동적인가?
하지만 나는 회의감(懷疑感)을 느낀다.
추상적 왜곡 관념을 문학이라는 예쁜 물감으로 덧칠한것 같다는 주관적 추론을 하게된다.
내 나이가 되면 모든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설이나 영화나 신문을 봐도 행간을 읽게된다.
숨겨진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까지도 생각한다.
이건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절망을 이기는 희랍인 조르바만의 나름 방식인거다.

2. 쇼쌩크 탈출의 주인공 빠삐용은 나약한 인간이지만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빠삐용은 실제 이름이 아니라 별명이다. 몸에 그려진 나비 문신에서 따온 것이다)
감옥 생활에 길들여져 가면서 비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탈출의 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나는 이 라스트 씬을 가장 좋아한다.
예측할수 없는 망망대해의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긴다.
상어밥이 될지도 모르지만 꿈꾸던 탈출을 감행한 용기가 나에겐 감동이다.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지만,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메세지가 나의 가슴을 두드린다.
다른 동료 죄수들은 자신을 무기수라고 생각했다.
굴종하면 목숨은 부지 할 수가 있다는거다.
빠삐용은 무기수의 삶은 사형수 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아야한다고 믿었다.
주인공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용기 그리고변치않는 희망과 똑똑함이 좋다.
3. 조르바는 자유인이 분명하다.
절망 속에서도 춤추는 초긍정 자아를 가졌다.
참 멋지다.
아쉬운건 성찰과 사유와 반성과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는거다.
마치 이념에 빠진 오류 확신자가 아닐까하는 염려를 하게된다.
좋게 말하면 제 멋에 사는 인간형이다.
반면에 빠삐용은 창백한 지식인이지만 내면에는 확고한 자아와 희망을 품고 있다.
나약한듯 하지만 속으로는 용기의 칼날을 예리하게 벼른다.
적당히 타협하지만 목표가 분명하다.
회의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게 현명하고 멋진건 맞다.
그래도 나는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힘들게 희망과 용기를 내는 인간에게 더 끌린다.
나는 폼나는 희랍인 조르바 보다는 소심하지만 희망과 용기를 놓지않는 빠삐용이 좋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