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계절이다. 황금햇살이 황금빛 피부 위에서 눈부시게 흩어진다.
여름철만 되면 이것저것 먹거리를 싸서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떠나기를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옆에서 지켜보는 몽골인들의 휴가는 그야말로 존경스러울 정도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집을 떠나 생활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보려고들 한다.
어렵다 어렵다 해서 곧 죽을 것만 같던 사람들도 야외로 바람 쐬러 간다 하면 금방 햇살처럼 얼굴이 밝아진다. 아무튼 다시 찾아온 황금계절은 사람들로 하여금 멀리 있는 땅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세상은 바라보는 눈에 따라 가지각색의 형상과 모양으로 변신한다. 멈추어 서서 보는 세상은 정적에 잠긴 듯하다. 걸어가면서 보는 세상은 유희를 즐기는 듯하다. 뛰어가면서 보는 세상은 행진곡에 맞추어 행진을 하듯 힘이 넘친다 차를 타고 달리며 보는 세상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속도가 붙으면 붙을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길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내가 가는 길을 편하게 하는가 아니면 방해하는가 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자신만의 길을 보며 달리는 사람은 곧 삶의 의미와 활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여 반드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을 만드신 창조주께서는 육일 동안 힘써 일하고 하루는 반드시 쉬라고 명령하셨다. 쉼 속에서 영원한 존재와 불멸의 가치에 대해 깊이 묵상하라 하심이다. 안식과 휴가를 통해 흩어진 마음을 가다듬고 지친 육체를 회복시키라 하심이다.
우리 인류는 이를 본능적으로 이해하여 삶의 각 부분에 적절히 적용해 왔다. 명절과 축제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신없이 일하며 뛰어다니는 일을 잠시 멈추고 모든 사람들은 잠시 가족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조상과 전통과 후손을 기억한다.
몽골에는 여덟가지의 명절과 축일이 있다. 우리나라의 신정과 유사한 ‘쉰질’, 스승의 날인 ‘박쉬나링 바이르’, 우리네 설과 같은 ‘챠가앙 사르’, ‘여성의 날’, ‘군인의 날’, ‘어린이 날’, ‘나담’, 그리고 ‘국가독립기념일’이 그것이다. 각 민족들은 잊어서는 안되는 가치와 존재에 대해 이렇게 명절과 축일이란 형식을 빌어 기념하며 경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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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들어서면 이제 곧 ‘나담축제’가 열리게 될 것이다. 지방에 있는 아이막이나 도시들은 날짜를 달리하여 자체적으로 행사를 가지며 축하하고, 몽골은 또 국가적인 행사로 이를 즐긴다.
나담축제 때는 세 가지 종류의 경기가 진행된다. 씨름과 활쏘기와 말달리기이다. 언뜻 보기에도 그러하지만 이들은 전쟁과 전투의 성격을 담고 있다. 예전엔 ‘남성3종경기’라 하여 남자들만의 축제였었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 황금계절에, 그것도 몸과 마음이 다 푸른 초원과 먼 곳을 동경하게 되는 이때에 전투적인 의미의 축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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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넘겨짚어서 말하자면, 전투와 전쟁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나담축제는 오래 전부터 있어온 몽골의 전통축제다. 그러나 그 축제일이 7월 11일부터로 바뀌게 된 것은 몽골군이 중국 국민당의 군대를 지금의 울란바타르인 ‘이흐 후레’에서 격퇴하여 몰아낸 것이 1921년 7월 11일인 것에서 유래한다.
그러고 보면 ‘나담축제’의 전투적 성격이나 역사적 맥락이 주는 의미가 더욱 분명해 진다. 황금햇살을 즐기며 겨우내 얼었던 몸을 녹임과 동시에 우리에게 있을 전투를 잊지 말라 함이 아닌가?
아, 이렇게 머릿속의 생각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이제 잠시 이렇게 생각하는 일도 멈추고 햇살이나 쬐며 휴가를 즐겨야겠다. 잠깐이면 지나가 버리는 몽골의 이 향기로운 계절을 책상 앞에서 보낼 수야 없음이다.
궁둥이 툭툭 털고 이제 어디론가 한번 쯤은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볼 일이다. 휴가를 즐기자! 황금햇살 춤추고 신록(新綠)이 흐늘거리는 이 계절에 대해 경의를 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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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나 떠날란다 저 멀리로
오라는 이 없고 가자는 이 없어도
나는 잔잔히 신명어린 마음으로
저 멀리로 갈란다.
혹시나 새 친구 만나면
새로운 인생 꿈꾸게 되겠지
돌아올 땐 그저
가벼운 발걸음 되겠지
춤추는 햇살 싱그런 녹음은
벌써부터 내 마음 충동질하네
눌러 앉아 장승되지 말고
일어나 한 마리 야생마 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