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돌아온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그간 동네에서 칩거(?) 하다가 18일 처음으로 뉴욕 플러싱과 맨하탄, 뉴저지 한인타운 일대를 돌아보았습니다.
뉴욕의 한인타운은 크게 플러싱과 뉴저지 포트리/팰리세이즈팍, 그리고 뉴욕 맨하탄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이중 맨하탄은 한인타운이라기 보다는 한인 쇼핑타운이라고 하는게 정확합니다. 대부분 거주공간이 아니니까요.
지나간 역사로 보면 뉴욕 플러싱은 old 한인타운, 뉴저지 팰팍 등은 new 한인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두 지역은 주(州)도 다를뿐더러 허드슨강을 경계로 자동차를 타고 오갈 경우 최대 25달러 등 비싼 톨비를 내야하는 관계로 '각자도생'의 한인타운으로 이뤄졌습니다. 먼저 플러싱으로 달려갔습니다.

플러싱은 뉴욕시의 동쪽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롱아일랜드의 시작점이기도 하구요. 한인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노던블러바드 주변으로 상가와 주택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본래 메인스트릿 주변이 한인타운이었지만 20년전부터 몰려드는 중국인들로 점점 동쪽으로 이동해 이제 한인타운의 중심은 150가 일대가 되었습니다. 롱아일랜드철도(LIRR) 머레이힐 역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얼핏 보면 평상시와 비슷해 보이지만 교통량이 줄어든 느낌이 나더군요.

뉴욕 일대는 16일부터 모든 식당이 배달이나 주문픽업만 허용될뿐 손임을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앉아서 식사하는 손님들을 못받으면 아무래도 영업에 큰 타격이 있겠지요. 특히 손님들의 팁이 사실상 월급인 종업원들은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곳처럼 배달전문점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출퇴근보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없다면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맨하탄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이스트리버를 끼고 있는 278번 도로를 타고 맨하탄 남단으로 접근합니다. 이대로 내려가면 브루클린인데 윌리엄스 브리지를 통해 맨하탄 남단으로 가려고 합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오른편으로 루즈벨트 섬과 롱아일랜드 시티가 보이네요.

평소 맨하탄 남단은 다리 통과부터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는데 차가 거의 없습니다. 사진은 신호대기로 서있는 차들인데 한블럭 건너는데 5분씩 걸리던 길들이 너무 차가 없어서 한갓진 풍경입니다. 25년전 뉴욕으로 돌아간것 같아요.


뉴욕 Supreme Court 건물입니다. 뉴욕 City Hall 근처에 있습니다.

뉴욕시 카운티 클럭 오피스 앞입니다. 공증 등의 업무를 보는 곳인데 문을 철커덕 잠가놓았네요. 16일부터 업무를 중단했다는데 언제 다시 복귀할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ㅎㅎ 좀 어이가 없는게 코로나바이러스 핑계로 공무원들이 예고도 없이 업무 자체를 안보면 어찌하겠다는건지 이해가 안가네요. 우리나라 공무원에 비하면 정말 불친절하기짝이 없는데 이렇게 문까지 닫아둔 풍경을 보니 '니들 하는게 그렇지 뭐' 소리가 절로 나네요.
사실 요즘 언론 보도만 보면 코로나때문에 미국에서 난리가 난거 같지만 솔직히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별로 않습니다. 언론이 떠들어대니까 생필품이라도 사야겠다 싶어 마트를 찾는거고, 물건도 없으니 이게 무슨일인가 어리둥절한거죠. 그런데 마트도 다음날 가보면 물건들이 차 있고 품절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걸 알 수 있거든요.
언론도 언론이지만 행정당국도 'Do not spread, stay home' (돌아다니지말고 집에 머물라)는 경고만 하는 것이 너무 무책임해 보입니다. 민원관련 공무원들은 대부분 유리창너머 안전지대에 있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소한의 업무를 봐야 하는게 아닐까요. 엊그제만 해도 마트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마스크 낀 사람들은 한명도 볼 수 없었습니다. 당국은 나가지 말라고 무턱대로 겁만 줄게 아니라 마스크를 열심히 보급하고 착용하는 캠페인을 벌이는게 코로나 확산 방지에 훨씬 도움이 될것 입니다.


여하튼 식당이나 커피숍은 문을 열어도 테이크아웃만 되니 개점 휴업 분위기입니다..여기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잘 나간다다는 맨하탄이 맞는지 헷갈리네요.

그런데 업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는 바람에 화장실 용무가 있는 사람들은 어찌하나 싶더군요. 미국의 공공건물은 한국과 달리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없고 지하철도 화장실이 있는 곳은 드뭅니다. 식당이나 커피숍 ,마트 등에 고객들을 위한 화장실은 있지만 맨하탄은 고객용 화장실이 없는 곳들도 많거든요. 유니온파크 인근을 돌아다니며 화장실을 찾아봤는데 공원은 물론이고 근처 마트에도 화장실 가는쪽은 차단해놓고 있더군요. 스테이플스에 들어갔더니 "여긴 공중화장실 없어. 스타벅스나 벌링턴 스토어 가봐라" 하네요. 가뜩이나 맨하탄은 '화장실 인심'이 야박한데 당분간 외지인들은 화장실 문제를 염두에 두고 다녀야 할 듯 싶네요..
맨하탄 38가와 6애버뉴 금싸라기땅에 있는 '공차' 체인인데요. 문을 닫은줄 알았더니 영업시간을 줄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네요. 한 30분 근처에 있었지만 아무도 이용하는 손님이 없더군요. 하다못해 화장실도 없으니까요. 가게는 작아도 임대료는 엄청나게 비쌀텐데 보기가 안쓰럽더군요. 링컨터널을 통해 뉴저지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뉴저지 저지시티에서 포트리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맨하탄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해밀턴 파크가 나옵니다.
멋진 풍광이지요. 요즘 맨하탄에 새로 생기는 건물들이 많다보니 뉴저지에서 바라보는 뷰(view)도 나날이 업그레이 되는것 같습니다. 맨하탄의 멋진 전망을 건너편 뉴저지가 만끽하니 조금은 아이러니컬 하죠. ^^
가다보니 식당 한곳이 아예 바깥에서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하고 있네요. 홀에서 영업을 못하니 아예 나와서 음식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듯... 정말이지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풍속도인데 과연 이런 풍경들이 얼마나 계속될까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유럽에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하늘길을 막고 학교와 식당문을 닫고는 있지만 효과적인 방역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안전불감증 등 의식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부디 코로나19 사태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고 잦아들기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훈이네의 미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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