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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김의 그림이 있는 풍경
대상의 움직임과 느낌을 순식간에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크로키는 카메라의 ‘스냅샵’과 비슷하다. 누드크로키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뉴욕에서 십수년간 천착하며 작가의 붓끝을 거친 다양한 인종의 누드 모델만 1천명에 달한다. 크로키속에 담긴 진솔한 인간의 향기를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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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좋다..그러니 눈이 좋다

글쓴이 : 김치김 날짜 : 2014-03-01 (토) 12:26:45


 

 


 


 

맨해튼에 살면서 올 겨울만큼 센트럴 파크를 자주 찾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에 눈이 녹을 사이가 없이 자주 그리고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기상 관측사상 이렇듯 많은 눈이 내린 해가 없다고 할 정도로 며칠 간격으로 적지 않은 양의 눈이 왔으며 눈보라에다 눈폭풍까지 다채롭기까지 했다. 정말이지 대단했다.


 

 


 

어느날 아침 택시를 타고 센트럴 파크를 질러가다가 절로 탄성이 새어 나왔다. 택시에서 내려 공원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걸어 들어갔다. 스무살 무렵엔가 한계령을 넘다가 봤던 온 사방천지가 얼음꽃으로 덮인 풍경을 봤을 때 느끼던 신비로움이 그곳에서 그대로 연출되어 있었다. 그때 보지 않는다면 영영 또 만날 것 같지 않아서 도저히 놓칠 수가 없었다.


 

 


 

목적지를 잊고 달리던 도중에 나를 내리게 만들만큼 압도적인 풍경이자 별세계였다. 나뭇가지들을 비롯하여 보이는 것 모든게 일정한 두께의 얼음옷을 입은 세상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날 이후로 짬이 날 때 마다 공원을 찾게 되었다. 눈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적설량(積雪量)이 많았던 날은 포근한 솜이불을 뒤짚어 씌운것 마냥 포근하고 따뜻하게 까지 느껴졌으며 눈보라가 몰아친 날은 온 가지에 눈이 사방으로 붙어 다채로운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눈 내린 날엔 썰매를 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도 좋았고 흰 바탕에 핀 원색의 옷들이 보색(補色) 대비를 이루며 보는 것마다 그림이 되어 버렸다. 더불어서 눈밭을 헤집고 다니면서 뛰어노는 온갖 종류의 애완견들의 모양새를 감상하는 것 역시 센트럴 파크에서 뺄 수 없는 경치이고 보니 눈오는 날이나 눈 온 뒤의 센트럴 파크는 근심걱정을 잊고 웃음이 절로 나는 소위 말하는 최적의 힐링 장소가 아닌가 여겨질 정도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강아지만 눈을 좋아하는게 아니었다. 어릴 때 첫 눈이 내리기라도 할라치면 흩날리는 눈송이들이 마냥 신기해서 잡아보려고 허공에 헛손질을 수도 없이 했던 것 하며 혀를 날름거리며 눈송이를 받아 먹던 일. 눈이 닿자마자 녹아버리던 비록 짧았지만 신비롭던 촉감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눈이 웬만큼 쌓이기라도 하면 동네 아이들은 눈덩이들을 굴려가며 키높은 눈사람을 만들기에 지치는 줄 몰랐었다.


 

 


 

그래서 그런지 센트럴 파크를 종종 찾을 때 마다 눈사람을 찾고 다니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눈사람 만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한국과 달리 미국 아이들은 계집아이나 사내아이 혹은 나이 구분없이 경사진 눈 둔덕을 찾아 미끄러져 내려가는 미끄럼 놀이 하나에는 대단히 열광하고 있었는데 우리와 비교해서 보건대 사뭇 다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어느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만큼 큰 눈사람 하나가 멀리 시야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려면 정강이가 족히 빠질것 같은 눈밭을 가로질러 가야만 해서 망설였지만 어릴적 친구 만나는 것만큼이나 반가워서 눈 속을 헤집어갔다.


 

 


 

그때 얼추 열두서넛 되는 아이들 몇몇이 눈사람이 있는 쪽으로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재네들도 눈사람 구경을 한적이 없어서 신기했나 보구나’ '라는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아이들과 어울리는 눈사람 사진을 찍어도 재밌겠다 싶어 서둘러 걷고 있었다. 스무발자국 여 남긴 싯점이었는데 먼저 도착한 아이 하나가 갑자기 눈사람을 힘껏 발로 걷어찼다. 그러나 추운 날에 녹았다가 얼어 붙었는지 큰 몸체는 끄덕도 하지 않은 대신에 위에 놓여있던 큰 머리가 그만 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가다말고 섰다. 무리중에 있던 다른 아이 하나가 앞으로 나오더니 굴러 떨어져 있던 눈사람의 머리를 두 손으로 집어 들었다. ‘그럼, 그래야지, 기특하구나. 네 친구가 부셨지만 너라도 제 자리에 올려 놔야지’하는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높이 들어 세게 바닥으로 내동댕이 쳤다. 순간 눈과 코의 형상이 붙어있던 눈사람의 머리는 여지없이 부서져 버렸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은 낄낄거려가며 밟아 으스러뜨리기까지 하는게 아닌가.


 

 


 

뜻밖의 광경에 어이가 없었다. 눈사람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기에 그러나 궁금했지만 저 또래의 사내아이들이 짖궂어서 그런 것이려니 털어버렸다. 하지만 키득거리면서 떠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치 봐서는 안될 범죄 현장을 목도(目睹)한 양 말로 설명하기 힘든 황당함을 느꼈다. 눈사람이었다. 녹으면 형체도 없이 사라질 그런 눈사람이었지만 눈사람을 만들면서 놀 나이의 아이들이 작정을 하고 그렇게 까지 파괴해가면서 희열(喜悅)을 느끼는 모습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느날 일기예보 상황이 심각해 보여서 관심있게 보았다. ‘오늘 역시도 날씨가 안좋네요. 어제와 마찬가지로 눈이 내릴것으로 예상하며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강풍과 함께 눈보라가 예상됩니다. 오후 4시경 잠시 소강상태에 들었다가 밤 8시경 다시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퇴근길 서두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뉴욕시는 관공서 휴무 및 휴교를 검토중에 있으며 계속 올라오는 속보에 귀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기예보는 진지하다못해 시민들에게 겁을 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표현도 강했다. TV 화면상에 나타나는 그래프나 지도 색상은 재해를 느끼고도 남을 만큼 강렬했으며 자극적이었다. 일기예보 말대로라면 정말이지 엄청난 자연재해(自然災害)가 들이닥치는 것 마냥 긴장하고 움츠리게 만들었다.


 

 


 

다음날 다운타운에 있는 관공서에 약속이 잡혀 있었는데 보기좋게 헛걸음을 했다. 입구엔 ‘기상악화로 오늘 쉼’ 이라는 조악(粗惡)하게 쓴 안내문구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참고로 그날 적설량은 고작 3.5 인치였고 강추위도 아니었지만 예보에 지레 놀란 뉴욕은 서둘러 휴교에다 관공서는 휴무에 들어갔다.


 

 


 

미국에 살면서 헛웃음 치게 만드는 일들이 종종 있는데 특히나, 날씨와 기상에 관해서 지독한 편견(偏見)을 마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찌보면 편견 정도가 아닌 기본적인 자연에 대한 몰지각한 이해 때문이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해가 쨍쨍한 날은 ‘날씨가 좋습니다’로 시작하고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 쌓이기라도 하는 날엔 ‘날씨가 좋지 않네요’로 시작한다. 걸핏하면 휴교요, 여차하면 휴무인 셈이다. 눈이 무릎까지 쌓여도 학교는 가야하고 길이 아무리 미끄러워도 직장에는 나가는 한국과는 정말 다른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한국과 달리 미국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이나 교통체계로 해서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자연의 섭리(攝理)나 현상을 인간의 기준으로 편리하다거나 불편하다는 것을 잣대로 해서 좋으네 나쁘네 하는것은 그저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어찌하다가 미국에 들르는 눈폭풍이나 눈보라는 ‘괴물’이란 말도 안되는 별명까지 들어야 하는지......


 

 

 ▲ 빨랫줄에 매달린 빨래가 널린 풍경이 눈이 시리게 이쁘다.


 

긴 겨울 동안 날이 춥고 눈이 내리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서 당연히 운전에 지장이 있다. 도로를 치우는 일도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며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 게다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나간다. 여러모로 힘들고 어려운 일 투성이다. 그렇다고 해서 겨울을 계절에서 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게 겨울인것을......


 

 


 

겨울이 있음으로 해서 봄이 오는 이치처럼 눈이 오면 오는대로, 비가 오면 오는대로 맞을 일이다. 좋네 나쁘네를 따지는것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까지는 차치(且置)하더라도 인간이 자연 앞에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겸손함조차 벗어던진 그런 말도 안되는 모습은 아닌지 생각 해 볼 일이다.


 


 

 

▲ 눈의 결정에 관해서 나온 책을 보니 이 세상에는 닮은 꼴 결정이 단 하나도 존재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까닭은 하늘에서부터 지상에 닿기 까지 온도에 따라 각기 다른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생이나 삶이 각각 다양한 모양을 가지듯 눈의 결정도 그러한가 보다.


  

뉴욕에 산 이래 가장 겨울다운 겨울을 만끽하고 있는 이즈음 그간 눈에 대한 갈급(渴急)함도 만족스럽게 해갈(解渴)이 되면서 눈 덕분에 행복을 느끼는 그런 2월을 보내고 있다.


 





  

‘눈’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영어는 ‘스노우(Snow)’, 스웨덴은 ‘스너(Snö)’, 노르웨이는 ‘스네 (sne)’ 이며 독일은 ‘쉬니(schnee)’ 이다. 하지만 내겐 세계 어떤 표기도 우리의 ‘눈’처럼 정감있고 운치있게 들리는 그럴싸한 표현은 없는것 같다. 아무튼지간에 겨울의 맛은 뭐니뭐니 해도 눈이 아닐까. 까닭은 모르겠지만 겨울이 좋다. 그러니 눈도 참 좋다.



 

 

 

 

▲ 제목. A Figure Image. 2012. 종이에 흑연. 설명/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생김이 다 제각각이듯 눈송이(Snowflake) 역시도 똑같이 닮은 꼴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kimchikimnyc@gmail.com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09:53:15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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