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의 가장 큰 장점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에 정쟁(政爭)을 중단하고 단합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자신의 정치노선이 그 무엇보다도 올바르다고 목소리를 높여서 주장하지만 일단 선거를 통해서 민의가 드러나면 순식간에 수긍하고 따르는 전통이 미국의 시민사회에 배여 있다.
루즈벨트가, 투루먼이 그리고 닉슨 대통령이 그랬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후임인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쉽을 기꺼이 존중하고 인정하는 면모가 퇴임 후 지금까지 그의 처신에서 드러나고 있음이다. 미국의 근. 현대사 속에서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2001년 9.11사태 직후였다. 대통령은 9.11테러의 ‘수습과 복구’를 위한 국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책임자로 ‘탐 킨’ 전 뉴저지 주지사를 임명했다. 어느 당파에도 기울지 않고 초당적인 입장을 확고하게 지킬 수 있는 지도력을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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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킨(사진)은 1982년부터 8년 동안 뉴저지를 가장 안정되게 발전시킨 주지사로 평가받았다. 국가적인 위기를 수습 할 수 있는 적임자로 지목 된 이유로는 그가 공화당적의 정치인이었지만 초당적인 통합적 지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11월 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인 지지율을 끌어 올릴 마지막 기회인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예년 같지 않다. 대선을 치루면서 4년마다 한 번씩 치루는 전당대회는 그동안 정치권의 외연을 확장 시키고 지지 세력을 확보하는 정치축제로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후보자와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의 중심이지만 중심인 그들이 잔칫상을 펼쳐놓고 미디어를 비롯한 일반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자신들을 알리는 일에 열중했다. 비영리 정치참여 단체들에게 자기당의 전당대회에 참가해 달라고 오히려 요청해 왔다. 그만큼 커뮤니티에 자신감이 있다는 표시다.
2004년 그 삼엄한 보안과 검색 속의 맨하탄 전당대회 때에도 그리고 2008년 ‘존 맥케인’의 미니아폴리스 전당대회 때에도 공화당의 정강과 정책의 상세한 내용들을 비영리단체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취득할 수 있었다. 2004년 존 케리, 2008년 오바마의 민주당은 아예 전당대회를 열어놨었다.
흑인 대통령의 등장이 전통적인 주류 정치권을 자극했는지는 모르지만 2012 공화당 전당대회는 이전에 비해서 많이 폐쇄적이다. 안전을 위한 검색이 강화 된 것이 아니고 자기 식구들(자기 당원)이 아니면 아예 참가를 불허한다. 그리고 주 무대에 등장하는 정치연사들의 연설내용도 상대방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 거의 전부다. 참가 숫자도 많이 줄었다. 프로그램 진행도 덜 조직적이다.
30년전 레이건때, 그리고 아버지 부시때, 1996년의 ‘밥 돌’때에도 선거직전의 전당대회는 정치권의 숨통이 트일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정치권의 양극화가 더 이상 지성인들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싸우면 유권자가 말렸고 시민사회가 양극화가 되면 선출직들이 나서서 통합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그것이 미국 시민사회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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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 전당대회에서 ‘화딱지’를 가장 많이 낸 사람은 단연 크리스 크리스티(사진) 뉴저지 주지사다. 그래서 그는 ‘탬파의 스타’가 되었다. 상대방(오바마대통령)을 (내용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공격했다. 그의 정치적인 자신감으로 들린다. 진짜 공화당원들의 속내를 후련하게 그리고 통쾌하게 연설했다. 딱딱하고 지루한 ‘롬니’의 이미지를 한방에 바꾸어 보려고 내 놓았던 ‘앤 롬니’의 감성적인 (여성을 겨냥한) 연설이 크리스티 주지사의 격정적인 연설에 덮히고 말았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특유의 직설화법을 쓰지는 않았지만 작심한 듯 오바마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오바마는 교사노조를 믿지만, 나는 교사들을 믿는다’ 라면서 특유의 민주당 진영을 분열시키는 전략을 선보였다. 그는 롬니를 강조하기보다는 자신과 뉴저지를 더 많이 언급하고 반복했다. 프라임 타임에 TV앞에 앉은 전국의 공화당원들에게 ‘공화당에선 오직 크리스티'임을 강조하려고 애 쓴 것이 엿보인다.
정치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눈에 보이게 드러나는 탬파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그래도 필자는 건진게 있다. 가장 초당적인 정치지도자로 인정받는 ‘탐 킨’(전) 주지사를 만나서 차 한 잔을 한 것. 그게 어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