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아씨, Boundary가 'Cuny Asian American Film Festival”'에 screening 된데요. 꼭 오셔야해요.”
감독인 평훈 오빠로 부터 받은 메시지였다. 내가 출연한 영화를 뉴욕에서 볼수있다고 ? 난 이때 왜 Bob Giraldi 감독님이 생각 났을까?
곧바로 이 소식을 Bob Giraldi 감독님에게 e-mail로 전했다. 유명감독님인데… 설마 답장이 오겠어? 하루가 지나서 감독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I wish you continued success in your acting...” .
문득, 존경하는 연출 박근형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성아는 연기 계속하면 , 훌륭한 배우가 될거야.”…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왔고, 잠시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Boundary는 극중 역할이 예술가여서, 내 연기인생에서도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내가 연극하는 동안 인상깊었던 독백 대사들, 또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안았던 연기에 도전하면서 온 몸을 던져서 만든 작품이기때문이다.
운좋게 이 영화는 Best Experimental Film award를 받았고, Asian Americ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 다시 상영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 뉴욕에서 열린 '한국 독립영화제' 에 다시 선정되어, 미국 Tribeca Film Festival로도 유명한 Tribeca 극장에서도 상영되었다.
여배우들의 선망 Coffee광고 ….
“성아씨, 원래는 성아씨를 의약품 광고쪽으로 생각했었는데요, 커피광고 역할이 사진작가여서 작품의 리얼리티를 위해 실제 인물을 쓰려고 했는데, 캔슬이 되었어요, 그래서…성아씨가 실제 사진작가로서의 연기가 가능하다면, 성아씨를 캐스팅하려고 하는데요…. 촬영은 ferry 타고 자유의 여신상에서 할거에요."
이래서 배우는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하나보다. 다행히 평소 사진찍기를 좋아하던 나는 자신있게, 저 사진 잘찍어요..^^;; 라고 말을 전했다.
JIMi Kim 감독님은 한국의 몇 대기업광고와 상품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광고들을 여러작품 촬영한 베테랑이시다. 한국에 있을 때 자유의 여신상에서 배우로서 촬영할 날이 올까” 라고 고되했던 나는 당연히 촬영장에서 원없이 자유를 만킥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
잊을수 없는 아프간 여성들
나는 미국에 와서 크리스찬이 되었다. 중요한 광고촬영이 있는날 .. 늦을까봐 서두르고 있던 나를 아파트 로비에서 만난 권사님께서 본인의 연락처가 있는 전단지를 주시며 교회가 여기서 가까우니 한번 오라고 권유하셨다.
그 다음주가 되어 교회에 갔더니 권사님이 거의 노숙자처럼 보이는 외국인들에게 점심을 차려주시고 있었다.
권사님은 마치 친엄마처럼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유학생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셨는지, 직접 심은 고추라면서 찬거리를 챙겨주셨다. 권사님의 따뜻함이 불쌍한 영혼의 나를 하나님께로 인도해 주셨다. 권사님, 감사해요.
해마다 내가 다니는 뉴욕 장로교회에서는 크리스찬 영상제를 연다. 이번 영상제에서는 소외된 자를 돌보시는 하나님을 주제로 특별히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영화제에 초대하여 함께 상영하고 소정의 기부금을 전해주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신체장애자로 출연했던 나는 영화촬영 들어가기 전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 관한 정보를 알기위해 리서치를 했다. 뉴욕타임즈에 실렸던 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 내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그들은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3배 이상의 나이차가 나는 남편과 강제 결혼을 하고, 구타를 당하고, 견디다 못해 성냥에 불을 붙여 분신자살을 시도해 병원에 실려와 죽어가는 그녀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내가 그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난 부끄럽게도 한번도 그녀들의 어려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찬 영화제를 준비를 하면서 영화로남아, 내가 갖고 있는 talent를 모두 발휘하여 그녀들에게 따뜻함을 꼭 전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그녀들에게 따뜻함이 전해졌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보호하고 있는 여성단체 대표님으로부터 나를 초대하여 우리의 영화를 더 많은 아프가니스탄 여성 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말씀을 전해받았다.
뉴스로의 노창현 대표님께서도 이소식을 전해받으시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더 도울 수 있도록 함께 홍보해주시겠다고 말씀해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영화제 마지막에는 조촐하게 시상식도 했는데, 나에게 여우주연상이라는 큰상을 주셨다.
정주성 목사님, 이영우 목사님을 비롯하여, 형제,자매님들께서 직접 투표하여 뽑아주셔서 더없이 큰상이 아닌가 싶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내가 힘이 될수 있는한, 앞으로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더 돕고 싶다.
Pepsi Max for the Superbowl
나에게 기적이 일어날까?
“성아씨, 한국말도 잘하고, 영어도 하면서 연기 잘 할 수 있는 아시아배우가 필요해요. 캐스팅 디렉터 친구의 부탁으로 급하게 받은거라서 자세한건 촬영장에서 만나서 얘기해요.”
동료 Kary 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무슨 광고인진 모르겠지만, 그래요, 일단 대본을 보내주세요.” E-mail을 열어본 나는 살짝 놀랐다… “Pepsi ? ” 이거 마이클 잭슨이나 비처럼 유명한 사람들이 찍었던 광고 아닌가? 대사도 있네 ? 한국말로 바꿔서 한다고 ? 네일가게 아가씨 역할? 난 네일가게 한번도 안가봤는데? 매니큐어 바르고, 손톱손질 연습부터 하자….
평소 매니큐어를 잘 안바르는 나는 룸메이트 동생에게 온갖 매니큐어를 빌려서 얼마나 많은 색깔들을 발랐다 지웠다했는지 모른다. 피곤해서 자려는 룸메이트 붙들고 괜한 손톱손질 해주겠다고 꼬시질 안나..
많은 궁금증을 안고 네일가게 촬영장에 일찍 도착한 나는 외국인 직원에게 또 미소를 지으며 네일하는 방법을 보여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했다. 직원은 친절하게 하나씩 설명해 주셨다.
하나 둘씩, 외국 스탭들과 감독님이 도착해서 셋팅하는 동안 감독님께서는 이 광고는 재미있어야 하기때문에 평소보다 좀 더 오버해서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다. 내색은 안했지만, 사실 난 코믹연기가 낯설다 .대학로에서 10년간 연기하면서 정극을 중심으로 연기를 해왔기때문에 진지한 연기가 더 익숙하다.
하지만 현장에 이미 와있는걸 어쩌랴. 한국여배우란 타이틀 갖고 하는건데, 프로정신을 발휘해야겠다 싶어. 촬영이 들어가자 나는 코믹 오버연기에 집중했다. 그런데 의외로 스탭과 감독들은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하는거다.
나중에 모니터를 해보았는데, 내가 그렇게 웃기게 연기하는줄 잘 몰랐다. 부끄럽지만, 내 연기를 보고 ..나도 많이 웃었다…^^;; 이광고에서 아름다움은 포기해야겠다.. 하고 다짐 하면서, 촬영 막바지부터는 나와 Kary는 즐기면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네일가게 사장님께서는 내가 다음날 커피광고 촬영 있는 정보를 들으시고, 여배우 손이 이래서 되겠냐며 네일 매니큐어를 무료로 해주셨다. 감사해요 .사장님. 저 생전 네일 처음 받아 봤어요..^^;;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이 광고를 Superbowl에 출품될거라는 말씀을 주셨다. Superbowl? 미국의 국민스포츠 그 Superbowl에 나가는 광고에 출품한다고? 도대체 나에게 미국에서 무슨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건가?… 잠시동안 멍멍했다….
비록 광고는 아깝게 본선에서 떨어졌지만 모국의 네티즌을 포함, 이미 수많은 시청자들이 봐주셨기에 지금으로도 난 너무 감사하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한국관객 뿐만 아니라 더 뛰어넘어 외국관객에게도 감동을 줄수있는 실력있는 배우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는 걸 잘 안다.
이곳은 나에게 믿기지 않은 많은 기회들을 제공한 뉴욕이니, 앞으로 외국배우들과도 한국여배우로서 선의의 경쟁을 하기위해 난 몇배로 노력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