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3년만입니다.
2016년 10월 미증유의 국정대농단 사태로 촉발된 '박근혜 탄핵'을 외치며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 모인 수많은 촛불시민들이 이제 서초동 사거리에 모이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은 특수한 집단의 개혁이 아니라 우리 현대사에 고질병으로 남아 있는 적폐청산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버렸습니다. 발단은 이른바 '조국 사태'이나 작금의 엄중한 사태가 조국 개인의 문제나 시련이 아니라 개혁이냐, 반개혁이냐, 적폐청산이냐, 아니냐를 놓고 이 나라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중대한 전환기라는 점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이니까요.
지난 5일 3시경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내렸습니다. 행사시작은 4시이지만 지하철은 촛불행사장에 가려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나와보니 서초 사거리는 이미 수만명이 자리한 듯 합니다. 집외용 물품을 나눠주는 사람들, 배너와 깃발, 노란색의 물결, 초대형 전광판 등 거리는 거대한 문화축제의 현장입니다. 뱃지와 방석, LED 촛불등을 파는 사람들, 이재명 지사를 위한 서명운동을 하는 곳에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페친이자 뉴스로 필진으로 멋진 글과 사진들을 올려주시는 황룡 님을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이 자리엔 대하소설 '반야'를 비롯, '왕인' '달의 습격' '대구할매' '불꽃섬' 등 일련의 작품들로 잘 알려진 소설가 송은일 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집회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광주에서 출발했다고 하더군요.
송은일님과 황룡님
30여분간 담소를 나누고 집회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뭐 한블록 옆에 있었으니 출동시간이 1분도 안걸린 셈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터라 저기에 어떻게 들어가나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이동하기 쉽게 약 40cm 폭의 길이 만들어져 있더군요. 촛불시민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주최측도 세심한 신경을 썼더군요. 하긴 세계에 자랑할만한 평화로운 촛불집회 이력이 벌써 몇년입니까. 촛불집회는 이제 하나의 시위를 떠나 거대한 문화축제가 돼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21세기 관광문화상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시위문화는 임을 위한 행진곡 등 시위송을 필두로 세계 각지에 수출되고 있으니 이런 촛불 집회가 열릴때 세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즐기고 체험하는 모습도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떡검장모전국연합 ㅎㅎ 이분 단연코 시선을 끌었습니다.
저렇게 촘촘히 앉아 있는 사이로 길을 만들어놓아서 이동하기가 편했습니다.
늦게 합류했지만 이렇게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대형 멀티비전이 서초 사거리를 중심으로 남쪽 방향에 한곳, 서쪽 방향에 한곳 있었습니다.
네 검찰 Dog 혁이네요. 도그는 무슨 죄랍니까 ㅋㅋ
3시부터 4시반까지 검찰개혁을 멋지 붓글씨로 봉사해주는 서예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NEWSROH 독자들을 위한 글을 정성껏 써주셨습니다.
서예가 도암 박수훈님과 함께 했습니다. 이분 글씨가 50~100만원을 홋가하는데 근 1시간반동안 쉬지 않고 약 300분에게 무료 봉사했으니 그 열정이 대단합니다.
새로운 도그가 서초사거리에 출현했습니다. 이름하여 검찰견입니다.
뒤에서 보니 한자로 검견이라고 쓰여 있네요 ^^
이제 날이 어두워지면 거리를 촛불의 물결로 만들 도구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이렇게 인도 한켠에서 본 행사를 기다리고 있네요.
추억의 뻔데기가 시선을 끕니다. 손에 든게 많아서 침만 꼴깍 삼켰습니다.
이번에 기분 좋았던 것은 유난히 많았던 태극기 물결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태극기가 극우집단의 전유물처럼 이용당하고 있어 심히 불쾌하고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촛불시민들이 태극문양을 활용한 퍼포먼스도 하고 있어 태극기를 다시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자랑스럽고 큰 감동은 수백만의 시민들이 다녀간 곳에 담배꽁초하나 없더라는 환경미화원들의 얘기였습니다.(미디어몽구 보도) 집회를 하기전보다 오히려 거리가 더 깨끗해졌다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날 집회 참가자중에 단 한명도 경찰에 연행된 사람이 없다는 것도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인근에서 두 사람이 입건된 경우가 있는데 말다툼 하던 사람과 술에 취했는지 경찰을 폭행한 사람이 있었고 모두 집회와는 무관한 경우였습니다.
매주말 서초사거리엔 촛불시민들의 신명난 문화축제가 열립니다. 한번쯤 시간을 내서 대한민국 시민들의 위대한 촛불혁명의 열기를 느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