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동연의 아름다운 꿈

개표가 끝날 무렵 120여년전 청년 서재필이 왜 떠올랐을까요. 1898년 5월 서른다섯살의 서재필은 분노와 회한의 감정을 억누른 채 제물포항에서 미국 상선에 올랐습니다.
조선의 자주와 외세척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민중의 자각으로 통찰한 서재필은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독립협회를 설립하며 민중이 스스로 깨치고 일어날 수 있도록 혼신(渾身)의 힘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선각자를 받아들이기에 조정(朝廷)은 너무 무능했고 외세엔 눈엣가시였습니다.
그렇게 망국의 길로 스러져가는 모국을 쓸쓸히 등져야 했던 서재필. 그러나 1919년 삼일만세운동을 계기로 피끓는 민족의 힘을 확인하고 전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에 나섰습니다.
오늘의 정치 현실은 어떤가요. 사람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서재필은 모국의 운동장 자체가 없었지만 우리는 경사진 운동장이나마 갖고 있기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기득권 정치의 교체"를 선언한 이재명-김동연의 포옹(抱擁)은 결과를 떠나 아름다웠습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라는 명제는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의미합니다. 정권은 교체 되었지만 정치 교체는 여전히 미완인 까닭입니다.
정치교체는 가능할까요. 대선만큼 중요한 선거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입니다. 서울 등 전국 16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두달여 뒤에 있습니다.
대선의 피로감도 잠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대회전이 예상됩니다. 사상 최저 득표차로 명암이 갈린 대선이었기에 패자가 승자 못지 않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선후보로 나왔다고 지방선거에 나오지 못하란 법은 없습니다. 이재명이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김동연이 경기도지사에 나오는 그림은 어떤가요.
이재명이 서울시장에 나온다면 대중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 될 것입니다. 오세훈 현 시장에 딱히 맞설만한 중량급 후보가 없는 민주당으로선 전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호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경기도지사 또한 참신성과 경륜을 갖춘 김동연이 비타민 같은 생기를 야권에 불어넣을 것입니다.
윤석열정부에 적절한 긴장과 자극을 줌으로써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건강한 정치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김동연의 아름다운 꿈은 이제 시작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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