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 갈대에 취하다

가우도(駕牛島) 탐방을 마치고 강진만(康津灣) 생태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 전까지만 해도 강진만 생태공원은 잘 몰랐는데 막상 가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탐진강(耽津江) 하구와 강진천(康津川)이 만나는 강진만은 약 20만평에 달하는 갈대군락지와 청정 갯벌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 등 철새 집단서식지 등 무려 1,131종의 다양한 생물이 숨 쉬는 천혜의 자연공간입니다.

갈대군락지 생태공원은 국내 최대인 순천만(順天灣) 습지가 유명한데 강진만이 규모와 시설은 다소 떨어질지는 몰라도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관찰하기 좋고 멋진 기념사진을 남기기엔 제격인 곳이었습니다. 순천만 습지는 입장료는 물론, 주차료도 내야하는데 강진만은 모두 무료니 그것도 좋았구요^^
들어서자마자 갯펄에서 뭔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세상에~ 짱뚱어들 수백마리가 구멍에 들락날락 하면서 기어다니는게 아닙니까. 명색이 물고기인데 마치 도마뱀처럼 기어다니며 서로 영역싸움을 벌이는 짱뚱어들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강진만 생태공원은 데크길 탐방로가 4.16km에 이르고 전망대에 올라가면 360도 파노라마 풍광을 즐길 수 있습니다. 멀리 백조처럼 생긴 거대한 조형물이 보였는데 알고 보니 고니 형상이었습니다. 강진만은 해마다 2500여마리의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가 찾아오고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수달, 삵, 꺽저기, 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종 생물들이 서식(棲息)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말에 강진만 갈대축제와 남도음식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시간이 되는 분들은 한번쯤 찾아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의 첫날 밤 숙소 바로 옆에 사의재(四宜齋)가 있다고 해서 저녁 식사후 산책 겸 찾아갔습니다. 사의재는 다산 정약용이 1801년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은 곳인데요. 당시 주막집(동문매반가)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골방 하나를 거처로 삼고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여 교육과 학문연구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며 붙인 이름입니다.

다산은 주막집 할머니가 "어찌 그냥 헛되이 사시려 하는가? 제자라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얘기에 비록 유배를 온 처지이지만 "생각과 용모, 언어와 행동 등 네가지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사의재를 짓게 되었습니다.

조용한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사의재는 입구에 정약용의 동상과 누각, 물레방아가 있고 밤에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조명을 밝혀놓아 언제라도 호젓한 시간을 보내며 역사속의 인물을 반추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下편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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