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0여 년 전 국력은 피폐하기 그지없었고, 세계정세에 어두웠던 한민족이 오늘날에 와서는 괄목할 만큼 국력이 성장했다. 1세기 전과 달리, 하나였던 나라가 둘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이 원천적인 약점으로 지금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
그러나 남쪽은 경제력이 세계 10위를 바라보고 있으며 북쪽은 가난하나 자주성을 굳게 배양하여 어느 강대국과도 주체적으로 외교 하는 배짱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남과 북의 국력과 역동성이 하나의 민족국가로 통합된다면, 21세기에는 우리 민족이 역사상 누려보지 못한 막강한 힘으로 민족의 복리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의 시대 상황에서 반도의 북측에 연계되었던 소련과 중국은 공산주의체제의 몰락과 더불어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중이며, 반도의 남측에 연계되어온 미국과 일본의 국력이 지금처럼 강대해진 때도 없었다. 그러나 반쪽인 남측만으로도 다방면에서 세계와 활발히 교역하는 커다란 경제국으로 부상한 때는 우리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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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양극체제의 대립에서 벗어나, 각 민족들이 자기 민족의 복리증진을 추구하는 국경 없는 경제전쟁 시대에 진입해 있다. 강대국의 무력 침략이나 영토점령 같은 식민지정책은 자리잡기 힘든 ‘신도덕성의 시대’에 와 있다. 그렇지만 강대국들이 더욱 세련되고 고차원적인 경제지배의 시대로 가고 있는 점 또한 주시해야 한다.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5대양 6대주를 한 단위로 좁혔고 인권의 존엄성은 날로 고조되어 가고, 나아가 지구 환경보존의 의식도 점차 세계화 해 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반도 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경제건설에 바쁘고 일본은 2차 대전 패전 이래 경제적 우세 이외에는 뚜렷한 정치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신질서를 주도하려고 동분서주하다가 이라크 전쟁 같은 큰 실수를 범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 남한과 활발한 경제교류와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남과 북의 대립문제에서도 미국이 반도의 남측만을 편들고 보호하던 시기는 지나고 있다. 앞으로는 반도의 북측에도 영향하여 자칫 잘못 대응하면 우리 겨레의 남북분단이 고착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주시해야 할 때이다.
이제 남북의 문제가 남북 간의 대화에서 벗어나 한 ․ 미간의, 북 ․ 미간의 대화로만 진행되어 미국이 한 나라를 둘로 갈라놓고 동북아시아 평화유지라는 명목으로 조절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남한이 통일을 이루어야 할 상대방인 북한은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 미묘한 3각 관계의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과제이며 슬기이다.
한반도를 둘러 싼 주변국들의 처지가 이러 할 진대 우리가 이러한 시대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민족사상 현저하게 높아진 역량을 발휘해서 民族共同體(민족공동체)를 이루는 통일의 길로 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원하는 주변국은 없다는 사대적이고 피동적 사고에 빠져 있기보다는, 한반도 통일을 나서서 방해 할 수도 없는 것이 지금 주변국의 처지라는 능동적 사고가 절실한 때이다. 주변열강이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을 때 남과 북 자신마저도 반통일적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주변국은 힘 안 들이고 자국의 이해에 따라 우리를 요리해 갈 것이다.
우리가 민족끼리 해야 할 일을 먼저 해 낸다면 주변국들의 문제는 남북이 통합된 더 큰 역량으로 우리의 이해에 맞게 대처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남북분단 상태에 진전 없이 그대로 또 허송세월만 한다면 중국과 소련의 역량은 곧 세계적이 될 것이며 일본 또한 그들의 국익에 부합한 주도적 정책을 들고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민족이 지금 지니고 있는 민족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제 한민족이 이 절묘한 시대 상황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분단은 계속될 것이며 언제 또 이러한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질 것인가 깊이 통감해야 할 때 이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수 없다
갈라진 남과 북은 결국 다시 통일을 이루어 내야 할 상대이다. 그런데 남측의 동맹인 미국은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다. 미국과 미국을 따르는 서구 열강은 우리가 대화하고 친해져야 할 북을 고립시키고 있다. 남쪽은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지만 미국의 심대한 영향과 隸屬(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쪽은 민족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지 숙고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라는 역사적 교훈과 ‘동맹은 일시적이지만 민족은 영원하다’라는 역사인식의 바탕 위에 ‘민족은 하나, 더불어 잘 살아 보세’라는 동포애가 가슴에 뜨겁게 달아올라야 할 때이다.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봐도 우리 민족 이외의 어느 다른 민족이나 나라도 우리의 국익을 위해 그들의 국익을 희생한 예는 없다. 외세에 편승해 민족사를 그르친 무리는 후세에 반드시 민족의 반역자로 심판 받아야 할 것이다. 지금 남과 북의 집권자들이 취하고 있는 정책들이 10년, 20년 후에 곧 민족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될 반통일적인 것은 아닌가 하고 지금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한때 중국을 종주국으로 대접했고, 일본에게는 아예 식민지가 되었고 현대의 반세기는 남측이 미국에 예속되다시피 한 역사 속에서 잉태되어 온 것이 사대사상이다. 자주성을 지키려다 쓰러져간 무수한 선각자를 보면서 잘못 자라온 사고가 또한 민족허무주의, 혹은 민족성 포기 사상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사상은 반드시 불식되어야 하며 우리 민족은 이것을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민족에는 남쪽의 새마을, 북쪽의 천리마운동과 같이 신바람을 불어 넣어주면 무엇이든 멋지게 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근면성이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남쪽 사람들이나 서해갑문의 역사를 일구어낸 북쪽 사람들이 모두 우리 한 겨레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비록 同族相殘(동족상잔)이라는 불행한 과오를 범했던 겨레이지만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북의 인민들은 남의 적이 아니고, 자본주의를 토대로 하는 남한의 국민들 또한 북한의 적이 아니다. 어떻든 우리는 다 같은 동포다. 그래서 이렇게 목마르게 통일, 통일하며 50년을 지내온 한 민족이라는 점을 다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은 서로 남이 아니고 적이 아니다. 우리의 통일을 가로막는 세력은 우리의 주변국들이다. 우리는 통일을 막는 세력에 대항할 주체의식과 동족의식의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러한 민족의식은 타국에서 살고 있는 국외동포들에게도 면면히 간직되어 왔다. 이처럼 내재된 민족고유의 동족의식의 고양은 자연적으로 민족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립하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근본적으로 성취해야 할 공조체제는 남·북 공조체제이지 남한을 해치기 위해 또 북한을 해치기 위해 남한 따로 북한 따로 추구하는 외세와의 공조체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사자 문제를 제3국을 통해 풀어 보려는 발상 이전에 당사자 간에 서로 양보하고 또 한쪽이 다른 쪽에 더 양보해야 한다.
그리하여 얻어진 이득은 민족이 하나 된 공동체가 됐을 때 모두 민족이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남북관계 진전의 요체는 한 쪽이 다른 쪽을 제압하여 이기는 것이 아니고 남과 북이 모두 함께 이기는(Win‐Win) 것이다. 그러한 통일이 되어야만 후유증이 없는 새로운 민족사를 엮어 나가게 될 것이다.
남과 북의 고위급 또는 정상회담 때에는 외세가 끼어들지 않은 순수한 우리 민족 간의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중재자가 필요 할 때에는 외국인보다는 외국에 사는 동포의 仲裁(중재)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해외동포는 그런 일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한 민족의식은 제 3국들에게 배타적일 필요도 없으며 화합적인 열린 민족주의에 바탕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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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가 보는 조국통일과 역할-통일보다 나은 분단은 없다
해외동포라는 특수한 여건은 그들이 편견 없이 공정하게 남과 북을 관찰하고 연구, 비교하여 판단하고 그런 토대 위에서 양쪽을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대관계를 계속하고 있는 남북관계로 인해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남과 북의 역사적 문건과 자료를 해외에서는 여과 없이 접할 수 있고, 현재 남과 북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정보 또한 상대적으로 쉽게 대할 수 있다.
더불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주거국(住居國)이 남과 북의 주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 가에 대해서도 직접 들을 수 있고 주거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 정의를 벗어나 남과 북에 어떠한 정략을 쓰고 있는가를 읽을 수도 있다. 해외동포는 또한 남과 북을 자유롭게 여행해서 남과 북의 사람도 만나고 지역을 직접 살펴 볼 수도 있다. 이러한 해외동포들의 특수한 처지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조국을 떠나온 해외동포의 조국애는 남과 북에 사는 동포들과는 또 다른 애틋한 면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남이나 북의 입장에서 갖는 개념이 아니라 남과 북을 하나의 공동체로 보려는 시각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국내외동포가 올바른 역사인식, 냉철한 시대인식, 그리고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의식을 갖추었을 때 찬란한 민족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통일 철학이 정립되고 통합된 민족이 나가야 할 길에 대한 미래구도가 서게 될 것이다.
그러한 철학과 비전은 남 ․ 북의 조국동포에게 전파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여할 때만 그 참된 가치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남북을 오가며 그러한 철학과 비전을 전달하는 것도 기여이며 출판물, 언론매체 또는 인터넷을 통해 그러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 또한 큰 기여이다. 이 겨레의 소망을 주거국 지도자들에게 세계평화유지 차원에서 설득시키는 것 또한 해외동포들의 몫이다.
남과 북의 조국은 이러한 해외동포들의 편향되지 않고 진취적이며 때로는 이상적인 통일관을 차분히 들어주며 다시 생각해 보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해외동포의 통일관이 남이나 북의 동포들의 생각과 똑같은 것이라면 별다른 의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해외동포들을 친북이니 친남으로 매도하고 경원시 하는 편협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어차피 남과 북으로 갈라진 상태에서는 자연히 이산가족이나 사업상의 이유로 또 사회의식에 따라 남에게 가깝다거나 북에 가깝게 지내게 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것 또한 분단의 부산물이며 통일로 가는 한 과정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해외동포들이 양측을 방문하고 알게 된 사실을 남과 북 대중에게 알리게 되기 때문에 남은 북을 알게 되고 북의 동포들이 남을 더 알게 되어 남과 북의 동포가 제3국에서 만나는 기회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해외동포는 이렇게 남과 북 동포 사이에 누적되어온 이질감을 희석시키고 동질화 해 가는 과정을 도아 왔다. 세계에 퍼져 사는 700만 해외동포는 우리겨레가 지금 가지고 있는 위대한 인적 자원이며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커다란 잠재역량인데 이 민족의 재산은 더욱 활용되어야 한다.
해외동포들은 남과 북이 당면하고 있으면서도 논의가 금기시 되어 있는 근본문제들을 객관적으로 비교연구하며 남북관계진전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때이다. 해외동포들은 우리민족의 염원이며 우리세대에 맡겨진 역사적 소명인 분단극복과 통일을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들이 다 함께 이룰 수 있도록 앞장 서야 할 것이다.
인류역사의 모든 대업은 이상적 꿈에서 비롯되었다. 이상적 통일관의 꿈이 있어야 그 꿈은 현실로 이루어 질 수 있다. 통일의 이상을 실천해 가는 과정에서 현실의 장벽에 부딪쳐 그 가지들이 잘라져 나간다 해도 이상의 본줄기는 끝까지 지켜 나가야 만이 우리가 추구해온 통일의 대업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의 이상론이 장밋빛 감상론, 통일지상주의로 쉽게 매도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공정한 역사인식, 냉철한 시대인식 그리고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의식을 갖춘 해외동포는 남북정권의 영향에 두려워하거나 그에 굴하지 않은 의연한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자신들이 세운 이상적 통일관에 자신감과 긍지를 갖고 남과 북의 중재자로 일하기도 하고 때로는 용기 있고 슬기로운 선도자로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시점에 와 있다. ‘통일보다 나은 분단은 없다’ 라는 통일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