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제나로 축제(祝祭)가 뉴욕시간으로 16일 오후 6시부터 맨해튼의 리틀 이탈리아(Little Italy)에 시작된다. 이 축제는 26일까지 열하루간 진행된다.
이 축제는 1926년에 시작돼 84년 역사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뉴욕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의 행사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12년을 거슬러 올라가 1914년 브루클린의 이탈리아계 밀집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다.
산 제나로는 이태리 남부 도시인 나폴리(네이플이라고 발음한다)의 수호성인(守護聖人)으로 이탈리아 본토에서는 9월 19일에 축제를 거행한다고 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물밀듯 미국으로 몰려든 이민의 태반이 남부 출신이거나 시칠리 섬 출신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본국에서 지역 차별을 겪은 농부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농민들의 특징은 공동체 중심으로 뭉친다는 것인데 이때 구심점이 국가종교인 카톨릭이었다.
초창기 이민자들은 어려운 도시 이민 생활에서 지역 공동체적 정체성(正體性)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산 제나로 행사이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차이나 타운과 경계인 캐널 스트릿 북단부터 세 블록 위에 위치한 스프링 스트릿 그리고 머베리 스트릿을 중심으로 양쪽 두 블록씩 총 12개 거리의 차량 통행을 금지시키고 축제를 진행한다.
이 기간 동안에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로 길마다 쏟아져 나온 관광객, 행락인파, 노점상으로 실로 진기한 뉴욕의 풍요로운 삶과 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산 제나로 축제는 1970년대를 풍미한 영화 ‘대부(Godfather)’ 시리즈를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대부 영화 두 번째 영화에서 말론 브란도의 아버지로 분한 로버트 드니로가 축제의 소음을 틈타 라이벌 마피아 두목을 암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머베리 스트릿을 배경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움베르토와 페라라가 뒷 배경으로 나오니 기회가 있다면 이곳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돌이키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음식 노점상(露店商)이 주류이지만 공기총 쏘기, 농구공 야구공 집어넣기 게임 등 즐길거리도 많고 인근에 위치한 이스트 빌리지에서 나온 가난한 화가들의 그림 전시도 볼만하다. 고달픈 이민 생활을 하는 우리 동포들도 이런 문화 축제에 참가해 한번쯤 생활의 여유(餘裕)를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 노점상의 주류는 소위 이탤리안 쏘시지를 헤로 브래드에 피망과 양파 복음을 얹어 주는 소시지 헤로가 유명하다. 고추와 후추를 섞은 핫 소시지, 삼부크를 섞은 스윗 소시지 등이 있는데 군침 도는 냄새가 길거리를 진동한다.
또 각종 튀김 요리, 대패로 쓸어주는 이탤리안 아이스(한국식 얼음 보숭이) 아이스크림 행상이 즐비하며 석화 굴과 생 조개를 즉석에서 따주는 행상도 널려 있다.
이 행사에 가보면 실로 뉴욕이 세계 도시임을 실감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의 이질적인 언어,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행동거지 등 그러나 모두가 인간이라는 공통점에서 출발하여 미국 문화에 접목된 한 나라의 음식과 축제를 함께 즐긴다는 뿌듯한 자긍심(自矜心)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