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사연도 많고 별칭도 많다. 무려 400년이 넘은 도시인만큼 여기에 어린 사연도 많기때문일 것이다.
우선 만화로도 유명하고 지난 20년간 여러 편의 영화로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배트맨의 주 활동무대가 고담(Gotham)시인데 이 도시의 배경이 바로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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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am이라는 이름을 뉴욕시에 처음 사용한 사람이 위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 이라는 인물인데 실제 역사적으로는 매우 흥미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도 잘 아는 Rip Van Winkle, Sleepy Hollow 등의 단편소설 작자로서 유명한 사람이다.
▲ 워싱턴 어빙 www.en.wikipedia.org
Gotham의 의미는 본래 중세 영국 단어로 Goat 즉 염소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직역을 하자면 City of Gotham은 염소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실제 200년전 I뉴욕시에는 크고 작은 농장에서 염소를 키웠고 이 염소의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해서 푸성귀와 작물 농사를 짓는 농지가 즐비했다.
중세 영어 단어에서도 염소라는 의미 이외에 염소 똥내가 나는 더러운 곳이라는 비속한 의미도 있다고 하니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지만 실제 의미로 뉴욕시가 염소의 도시였다는 의미이다.
이 Washington Irving이라는 인물의 배경을 살펴보건대 염소의 도시라는 직접적인 의미보다는 ‘God Damn’ 이라는 속어를 숨기기 위한 이중적 언어유희(言語遊戱)가 아니었는가 하는 설이 오히려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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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단어를 대중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W.I의 잡지 Salmagundi가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던 샐러드 볼의 이름이었다는데서 포함된 여러 가지 복합의미를 엿볼 수 있다. 고기(특히 양고기), 생선, 야채, 과일, 꽃, 모든 소화가 가능한 음식들을 모두 넣고 기름, 식초, 향신료를 듬뿍넣어 배를 채우는 싸구려 음식이었는데 (나중에는 고급 음식으로 둔갑해서 현재 런던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야만 먹을 수 있다고 함) W. I. 이 뉴욕시의 잡다한 인종과 문화에 빗대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던 잡지의 이름에 사용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God Damn이라는 저주의 말투를 공식 용어로 사용할 수 없으니 비슷한 발음의 Gotham이라는 단어를 찾아내 사용해서 뉴욕시의 별칭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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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사람들을 지칭하는 닉커바커(Knickerbocker)라는 애칭도 W.I.이 만들어낸 것인데 이 이름은 실제 네덜란드에서 유래된 집안 이름으로 뉴욕시 역사에도 유명한 Knickerbocker 가문이 있다.
그런데 W. I. 이 Salmagundi에서 사용한 이 Diedrich Knickerbocker는 순순 가상의 인물인데 이 인물을 하도 기가 막히게 이용을 한 나머지 나중에 이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뉴욕 시민들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들을 지칭할 때 사용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W. I.가 닉커바커라는 가상의 인물이 역사학자인데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호텔비를 내지 않은채 실종이 되었고 호텔에서는 이 비용을 회수하가 위해 니커바커가 써 놓은 원고를 출판사에 팔아 손실처리를 하겠다는 광고를 자신의 주간지 이외에도 주요 신문에 몇 차례에 걸쳐 광고를 했다고 한다.
뉴욕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자 뉴욕시 경찰조차 이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해서 현상금까지 내거는 소동이 벌어졌고 디히트리 닉커바커의 History of New York이라는 책이 출판되자 당장 베스트 셀러가 됐다. 이후 자신의 장난을 이실직고하면서 W. I.의 인기는 오히려 높아졌다고 하니 역시 뉴욕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 뉴욕 닉커바커는 현재 뉴욕시의 프로 농구팀 닉스(Knicks)의 유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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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유명한 뉴욕시의 별칭은 역시 Big Apple이다. 어디서 유래가 됐는지는 현재 학계에서 조차 갑론을박(甲論乙駁) 이론이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별칭은 워싱턴 얼빙이 활동했던 1800년대 초반에 비해 훨씬 이후에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 Big Apple이 활자화 된 것은 1921년 당시 경마에 대한 기사를 쓰던 John J. Fitz Gerald 라는 기자가 뉴욕시에서 벌어지는 큰 경마 대회를 지칭하면서였다. 이후 많은 이들이 이 기자에게 왜 뉴욕시가 Big Apple이냐고 물었지만 확실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 이 별칭을 연구하는 Barry Popik 교수의 설에 따르면 이 Big Apple이 ‘매우 아름다운 여자’, ‘창녀’, ‘끝내주는 행운’ 등 다양한 의미의 속어였다고 한다. 경마 기사를 쓰던 John Fitz Gerald는 한 목 본다는 의미에로 경마장에서 사용하던 속어를 이용했고 이 단어가 유행을 하자 당시 가장 큰 시장이었던 뉴욕시를 지칭하는데 썼다는 학설이 보편적이다.
유래가 어찌되었건 큼지막하고 먹음직스런 빨간 사과가 이후 뉴욕시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Gotham이라는 이름 보다는 Big Apple이라는 별칭이 뉴요커들 사이에서 더 애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도 많고 문제도 많은 뉴욕시 그러나 수백 년간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과 역사가 뉴요커들을 전 세계에서 자신들의 거주지를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이들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