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은 오늘도 외친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71

비가 일주일 넘게 계속 추적추적 내린다. 비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파도가 몰려와 아드리아 해는 컹컹 울음소리를 내며, 슬픈 역사의 조각들이 밀려온다. 세르비아와의 전쟁의 아픔, 이민족의 침임, 오랜 식민지 생활, 순교자(殉敎者)들의 억울한 죽음이 주저리주저리 들려오는 듯하다. 약소민족으로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다보니 2차 대전 때 살기위해서 나치독일에 부역까지 하는 오욕의 역사도 뒤집어썼다.

그러나 아무리 약소국이라도 과거에 찬란한 역사나 영광의 기억이 없을 리 없다. 10세기말 베네치아의 총통 피에트로 오르세올로 2세가 크로아티아를 침공했다. 그는 크로아티아의 왕 스테판 드르지슬라프를 포로로 잡고 인질로 베네치아로 끌고 가려했다. 크로아티아의 왕은 베네치아의 총통이 체스가 수준급이라는 소리를 듣고 “전쟁은 내가 졌지만 체스는 나한테 안 될 것이요. 체스마저 나를 이기면 내 인질로 베네치아로 가겠소!” 베네치아의 총통은 승부욕이 발동하여 체스 내기에 응했다. 만일 체스를 이긴다면 석방해주는 조건이었다.

크로아티아 왕은 체스내기에서 당당히 승리했고 베네치아 총통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그를 석방해주었다. 훗날 이 승리를 기념하여 체스 판의 무늬를 민족을 상징하는 체크무늬로 삼았다고 한다. 이 체크무늬는 이 이후로 크로아티아인들에게는 승리와 영광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하여 크로아티아의 국기 한가운데 당당히 체크무늬가 자리 잡고 있다. 체스로 승부를 가리는 일이라면 언제라도 자신 있다는 듯이.

베네치아의 총통 피에트로 오르세올로 2세는 비록 나쁜 야욕(野慾)을 품고 남의 나라를 침공했어도 참 낭만적인 사람이었나 보다. 낭만시대 주먹들을 주제로 한 드라마 ‘야인 시대’가 생각난다. 그 시절 깡패도 여러 명이 한 명을 몰매를 가하는 일은 저질스럽게 여겼다. 흉기를 사용하거나 치사한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들지 않았다. 정정당당하게 주먹으로 맞장뜨고 승패에 승복했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생명도 재산도 문화유산도 인륜까지도.

크로아티아의 국기를 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생각한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전쟁이었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나토는 젤렌스키가 뭐 대단한 영웅처럼 치켜세우며 무기를 대주며 항전을 부추겼다. 우크라이나는 처음부터 민스크협정을 지킬 의사가 없었고 자국 내의 러시안 인종차별과 대량 학살로 인하여 이미 내전 중에 있었다.

러시아 코앞에 나토의 군사기지 들어오게 하며 미국과 영국이 젤렌스키의 네오나치 아조프 민병대를 이용하여 전쟁을 유발(誘發)시킨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와 울부짖음은 안중에도 없는 게다. 그러나 전쟁은 이미 승부가 결정 났다고 보아야 한다. 남의 나라에서 무기를 구걸해서 어떻게 세계 제2의 군사강국을 꺾는다는 말인가? 이 더럽고 비루한 전쟁은 하루 빨리 끝내야할 것이다.

젤렌스키는 무기를 구걸하러 이탈리아를 방문했고 바티칸도 방문하여 우크라이나 편을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교황님은 무기나 편들기보다는 “가장 연약하고 무고한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인류애의 몸짓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무기보다는 평화에 관련된 책을 한보따리 선물했다.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공부나 하라는 뜻일 것이다.

교황님은 오늘도 외친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십시오” 교황님은 우크라이나 분쟁에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제국의 이익이 얽혀있다.’고 정확히 꿰뚫어 보신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대전이며 이곳에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전쟁은 우리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뿐 아니라 양쪽 모두를 더럽고 추하게 만들뿐이다. 그래서 게임에 논리로 우크라이나 문제나 대만문제, 한반도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게임에는 페어플레이가 있다. 더럽고 추해지지도 않으면서 관전자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모두 승리자가 될 수도 있다.

오늘도 점심 때 제때 식당을 못 찾아 먹이를 찾는 고양이처럼 눈 동그랗게 뜨고 식당이 있을만한 곳을 기웃거렸으나 식당은 나오지 않았다. 버스정거장에는 의자가 놓여있다. 거기에 앉아서 아침에 숙소에서 커피포트로 삶은 계란과 빵으로 요기를 했다. 송영운 회장과 가야금 연주자 하소라 씨가 헝가리 출장길에 부다페스트에서 900를 운전해서 내 약과 현금을 전달해 주러 오고 있으니 오늘 저녁을 영양보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밤이 될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