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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필코 철조망을 넘을거야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72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23-05-30 (화) 15:04:43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72




아드리아 해안을 통한 손쉬운 교통으로 달마치아의 도시들은 산으로 막힌 육로보다는 해로를 통한 다른 나라들과의 접촉이 쉬운 이탈리아의 문화적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비가 그치니 5월 지중해 연안의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다. 아드리아 해안선을 타고 북으로 올라가는 길은 오른쪽으로는 험하고 장엄한 바위산이요, 왼쪽으로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빨간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5, 산의 야생화는 홍등가를 지날 때처럼 진한 향내를 뿌리면서 마음을 유혹(誘惑)한다. 산도 아름답고 바다도 아름답지만 시선은 바다 쪽으로 더 간다. 코발트 빛 바다 위에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유람선이 떠간다. 산은 시선을 막고, 바다는 시선을 열어주어 마음까지 탁 트이게 한다. 은빛 바다비늘의 눈부신 평화가 가슴에서 일렁인다.


바다 쪽으로 간 시선은 어느덧 휴전선으로 단숨에 달려간다. 아드리아 해의 아름다운 해안가를 달리며 시선은 휴전선으로 멍하니 달려간다. 그러나 언제나 휴전선을 바라보는 시선은 가시철조망에 찔려 피가 난다. 피눈물이 난다. 눈에 피가 난다고 외면하고 가슴에 총탄이 날아온다고 넘지 못할 휴전선이 아니다. 가시철조망을 제거하는 일을 민족의 능력을 복원하는 일이요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맨발로 가시철조망을 밟고 넘는 것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이다.

 


 

난 기필코 철조망을 넘을 거야

난 기필코 철조망을 넘을 거야

맨 발로 가시철조망을 밟아 넘고 말거야

발에서 피가 나고 뒤꿈치가 헤어져도

할머니 마음도 아버지 마음도 이젠 내 마음도

대동 강가 어느 곳에 서성이고 있어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지만 그곳은 내 고향이거든

내가 이렇게 지구 구석구석 헤매고 다녀도

고향에 못 가본다면

난 아무데도 안 가본 거나 마찬가지야

웃기는 일이지만 말이야

내가 고향에 가는 일은

역사를 바꾸는 일이거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일이거든

난 기필코 철조망을 넘을 거야

철조망이 아무리 견고해 보여도

바람도 넘나들고 새들도 넘나들잖아

내가 넘고 나면

거기에 길이 생길 거야!

아직도 가시철조망이 저기에 버티고 있는 것은

내 첫발자국의 붉은 피가 필요한 거야!

 



그동안 발칸반도의 험한 산악지대를 손수레를 밀며 오르락내리락해서 무리가 왔는지 허리에 통증이 심하게 왔다. 아침에 숙소에서 출발하려고 짐을 손수레에 넣고 나니 주인이 쫓아 나와 사진 한 장 찍자고 해서 포즈를 취하고 출발하려는데 그동안 조금씩 아프던 허리가 심하게 통증이 와서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주인이 괜찮으냐고 물어봐 괜찮다고 대답하고도 한참을 허리를 못 펴고 고통스러워하자 집에 들어가 진통제(鎭痛劑)를 꺼내다주었다. 진통제를 먹고 웬만한 것 같아 출발했다.


15km나 왔을까 허리에 통증이 다시 시작하니 갑자기 겁이 났다. 갓길도 없아 차들이 쌩쌩 달리는 길에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한다면! 마침 파코스테인이라는 마을을 지날 때였다. 바로 민박집이 보여서 들어갔다. 2층 방에 짐을 들고 올라가는데 허리가 휘청거린다. 주인아주머니가 괜찮냐고 물어보더니 내 짐을 뺏어 들었다. 짐을 내려놓고 샤워를 하면서 발을 씻으려하니 손이 발에 닿지를 않는다.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상체를 세우는데 허리가 안 펴진다. 고통 속에서 수도꼭지를 잡고 한참을 녹슨 나사를 풀 듯이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자리에서 몸을 침대에 눕혔다.


참 다행이야! 영화를 보면 항상 위급한 상황이 되면 귀인이 나타나잖아! 한국 시간으로 오늘 아침 나를 응원해주기 위하여 조헌정 목사님과 김태원 씨가 출발했으니 오늘 저녁에 로마에 도착할 것이다. 하룻밤을 자고 출발하더라도 내일 저녁 늦게는 도착할 것이다. 아플 때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은 무너져가는 정신력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여기서 하루 편안히 쉬면서 그들이 오면 병원에 가든지 함께 의논해서 결정하면 될 일이었다.


밤을 새워 13시간을 칠십의 조 목사님이 운전하시고 오셨다. 나는 감사와 기쁨의 포옹을 했다. 민박집 주인도 한국에서 온 손님을 반기며 집에서 담근 와인이라며 와인 한 병을 지하 오크통에서 따라주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서 건배(乾杯)를 하며 지나온 과정을 이야기하였다. 나는 내일까지 쉬고 모레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목사님이 여기 경치도 좋고 아예 이틀 더 쉬면서 건강 먼저 추스르라고 하셔서 못 이기는 척 따르기로 했다. 소진됐던 기력을 잘 회복하고 출발할 것이다.


나는 꼭 철조망을 넘어야 하니까!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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