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경력 2 라운드

트레이너 양성(養成) 과정에 들었다. 플릿 매니저인 브라이언에게 몇 달 전에 트레이너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까지도 자리가 없다더니, 이번에 핏스톤 터미널의 트레이너 클래스에 나를 등록시켰다.
월요일인 어제는 안전교육을 받았다. 트레이너 과정 수업은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사흘간이다. (스프링필드에서는 금요일까지 나흘간 진행하는 모양이다.) 3년전 처음 트럭 드라이버의 세계에 발을 디뎠을 때 네이슨이 나를 가르쳤다. 이제 내가 그 역할을 맡는다.
이미 수련생도 정했다. 같은 교회 신도였던 Y집사님이다. 1962년생이니 내 큰 형과 동갑이다. 오랫동안 콜택시를 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약 일 년간 실업수당을 받아왔다. 9월이면 실업수당이 종료돼서 트럭커의 세계로 들어섰다.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Y집사님을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트럭킹을 권했다. 펜데믹이 터지고 양집사님은 프라임에 지원했으나 당시에는 신입생 교육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번에 다시 지원해서 프라임에 왔다.
1 : 1 교육으로 바로 트럭을 몰고 나갔던 나와 달리, Y집사님은 한 달 가량 호텔에 머물며 교육을 받았다. 트레이너 한 명에 4명의 학생이 붙었다. 주행 시험에서 두 번을 떨어져 무척 초조한 상태였다. 세 번 떨어지면 낙방(落榜)이니 마지막 기회였다. 같이 수업을 받던 동기들은 2~3주만에 면허를 따서 TNT 과정에 들어갔다.
프라임에서는 PSD와 TNT로 트레이닝 과정을 나눈다. PSD 과정은 CDL 면허를 따는 단계다. 이때까지는 프라임 직원이 아니다. CDL 면허를 따는 그날부터 프라임 직원이 된다. 그 후에는 TNT 과정에서 현장 실무를 익힌다. (나는 네이슨에게 PSD와 TNT를 교육받았다.)
나는 어제 회사 식당에서 Y집사님을 만나 점심을 먹고 시험장까지 따라가 응원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Y집사님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숙소는 제공해 주지만 식사는 오리엔테이션 기간 며칠만 회사에서 부담하고 그 후엔 개인 부담이라고 했다. (1주일에 200달러씩 카드에 넣어 주고 나중에 급여에서 조금씩 차감한다.)
Y집사님은 나한테 TNT 과정을 배우게 되어 안도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이 몇 달을 함께 보내기는 쉽지 않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식도 잘 먹는 네이슨과 만난 나는 특이한 경우다. 마침 나와 시간이 맞았으니 이 또한 행운이다.
Y집사님은 오늘 사원증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월요일 뉴욕 DMV에서 CDL 면허증을 받고, 화요일부터 나와 동행한다. TNT 기간 동안 수련생은 주급 900달러를 받는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모양이다. 때가 되면 자연스레 이뤄진다. 재작년부터 컴퍼니에서 리즈로 옮기려고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안 됐다. 이번에 브라이언이 리즈 플릿 매니저로 자리를 옮기면서 나도 곧 리즈로 바꾼다. 거기다 트레이너 과정까지. 때가 됐다고 할 밖에. 땅속에 씨앗이 들었어도 봄이 와야 싹을 낸다. 의지를 간직하고 기다리면 애 태우지 않아도 될 일은 된다.
잊었던 기억을 소환하다.
트럭 운전 강사 과정 이틀째

어제는 모두 이론 수업이었고 오늘은 후진 실습도 했다. PSD 인스트럭터 과정생은 실제 트럭으로 실습하고 TNT 트레이너 과정생은 옆에서 구경했다. PSD보다 TNT가 두 배 이상 많았다. 나는 PSD와 TNT 모두 등록했다. 과정 수료 후 Y집사님과 TNT 단계를 밟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PSD 강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왕 시간 들여 하는 일인데 가능성을 더 열어 두는 게 좋다.
나는 인터내셔널 트럭이라 3인 1조로 실습했다. 프레이트라이너 트럭조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메이커마다 트럭 규격이 약간씩 다르지만 후진 공식은 별 차이 없었다.
까맣게 잊었던 3년 전의 기억이 소환됐다. 나는 CDL 시험 합격과 동시에 후진 공식을 머리에서 지웠다. TNT 단계에서 네이슨의 주문이었다.
"길, 지금까지 배운 것은 다 잊어라. 실제 세계는 훈련장과 다르다."
텐덤 타이어를 12번 핀에 고정하고, 훈련장과 같은 규격의 공간에서 후진할 일은 거의 없다. 현장에서는 대부분 텐덤 타이어는 12번 핀보다 앞쪽에 두고, 공간은 시험장 보다 넓거나 좁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왜 이런 공식을 사용하는지 이해가지만, 당시에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했다. 그러니 후진에 성공하고도 어떤 원리로 이 동작이 가능했는지 모른다. 난생 처음 대형 트럭을 모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다.
운전을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별개다. 초보자의 상태와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가르칠 줄 아는 사람이 티칭 프로다.
공식에 맞춰 후진하려니 더 힘들었다. 나는 지금은 눈대중으로 대충 보고 오차를 조정하며 후진한다. 수련생은 그런 능력이 없다. 일단 시험을 통과해야 하니 공식대로 해야 한다. 이후 현장에서 많은 반복을 통해 몸으로 후진을 익힌다. 물론 영특한 사람은 후진 공식의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해 더 빨리 익힌다. 나는 그리 영특한 사람은 아니다.
PSD 강사 과정생은 내일 수료와 동시에 학생을 배정 받는다고 한다. 학생을 가르치려면 시험에 필요한 모든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나는 TNT로 바로 넘어 가기 때문에 당장 부담은 줄었다.
TNT 트레이너 과정을 듣는 사람 상당수는 전문 강사가 목적이 아니라 친구나 지인을 훈련시켜 팀 드라이빙을 하려는 경우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운전을 맡기고 벙커에서 자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큰 부담을 느꼈다.
나도 이제 트레이너

강사 및 트레이너 과정을 마쳤다. 오늘은 종일 땡볕에서 실습했다. off set, parallel parking, alley dock 공식을 차례대로 익히고 즉석에서 평가도 받았다. 다들 경력자니 후진 실력을 검증하려는 게 아니라 학생에게 가르칠 공식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나는 CDL 딸 때 배웠던 공식을 기억에서 지운 상태라 강사의 주문을 받아들이기 쉬웠다. 다른 방식으로 배운 기억이 남아 있는 사람은 어려워했다. 사람마다 후진을 가르치는 방식이 다르다. 여기서 배운 공식에 각자의 팁을 가미해서 가르칠 것이다.
프리트립 인스펙션은 시간 관계상 air-brake test만 약식으로 했다. 나는 air-brake test에 떨어져 두 번만에 CDL을 땄다. 한번에 프리트립, 후진, 주행을 모두 통과하면 trifecta라고 부르며 학생과 트레이너 모두 보너스를 더 받는다. 나는 아쉽게 그 영광을 놓쳤다.
PSD 강사는 트럭도 점검 받아야 하는데, 나는 이번에 TNT라서 생략했다. 어차피 리즈로 옮기면 바꿀 트럭이라 의미도 없다. 수료증이라도 주려나 기대했는데, 끝났으니 가도 좋다는 얘기가 전부였다. 내가 강사가 된 게 맞나 싶어 프라임 모바일 앱을 확인했더니 PSD와 TNT 트레이너 수업을 수료한 것으로 돼있다.
Y집사님은 다음주 월요일 뉴욕 DMV에서 CDL 면허를 받는다. 나와는 화요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다. Y집사님은 전국을 다닐 마음에 들떠 있었다. 나도 그랬다. 처음 트럭킹을 배우는 시기가 가장 흥분된다. 그만큼의 고생도 각오해야 한다. 생활 패턴과 환경이 완전히 바뀌고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화요일까지 혼자서 짧은 트립이라도 할까 했더니, 브라이언은 리즈로 완전히 옮겨 새 트럭을 받은 후에 하란다. 나는 리즈는 스프링필드에 가서 할 생각이었다. 핏스톤에 트럭 여유가 있나 모르겠다. 내일 아침 리징 사무실에 가서 절차를 물어봐야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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