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가 게를 좋아하신다는 걸 아는 아내가 속초에서 홍게를 신속 운송해 와 동네 마트에서 특판을 한다고 알려줬다.
오전 10시에 사러 갔는데 운송차가 늦어져 오후1시부터나 판매한단다. 우선 등산을 갔고, 간만에 낙엽 카펫을 여유있게 밟으며 산책했다.
다시 마트에 가 기어코 홍게를 샀고 마트를 떠난 지 5분, 전화를 하려고 보니 폰이 없다. 차를 세우고 뒤져보니 몸에도 차에도 없다.
다시 마트로 돌아가 주차했던 곳, 홍게 특판장 등 동선(動線)을 거꾸로 다니며 허둥대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어째야 될지 막막했고 상황이 거짓말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내 거의 모든 게 폰에 들어있다는 걸 알았다. 압수당한 폰의 비번을 밝히지 않았다는 어떤 놈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생각할수록 심각해졌다. 특판장 직원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잠시 폰을 빌려 잃어버린 내 폰에 그제서야 전화를 했다.
신호가 일곱 번째 울렸을 때 누군가 바쁜 목소리로 받았다. 마트 안내데스크 직원이었다. 보관 중이니 찾아가란다.
아~ 찾았다. 누군가 폰을 주워 안내데스크에 맡기며 주인 찾아주라 하고 갔다고 했다.
유럽 어느 나라 여행 중 식탁에 폰을 두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 오니 폰이 사라졌다는 지인의 얘기가 떠올랐다.
유럽 어느 나라 보다 우리가 선진국이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잠시 나쁜 놈들이 권력을 차지했을 뿐이다.
폰을 찾는 순간, 올해 이 보다 더 기쁜 일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떠오르지 않았다. 고작 잃어버린 폰 되찾은 게 제일 기쁜 일이었다니 ...... 에혀~
****************************
불안不安

나무는 어지러워 쓰러질까봐 불안해 합니다. 주변에 가끔 쓰러지는 나무를 보았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바람 부는 날엔 식은 땀을 흘리며 선채로 차라리 망부석이었으면 흔들리지는 않을텐데 라고 생각하기도 한답니다.
그 곁을 흐르는 물, 나무가 안타까워 나몰라라 흐르지도 못하고 고여 있습니다.
푸르던 날엔 나무도 잎이 되어 물 위에 떠가며 유랑(流浪)하기도 했습니다. 따로 또 같이 그들은 한 주기 생애를 늘 그렇게 보내리라 생각했었지요.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 온 나무의 불안으로 둘은 함께 멈춰 고여 있는 우울을 겪고 있습니다.
나무는 언제쯤 불안을 떨쳐내고 바람에 온 몸을 내맡기며 울울창창 자유로운 춤을 출 수 있을까요?
더불어 고여 있는 물은 생긴대로 흐르고 주체할 수 없는 방랑벽대로 맘 놓고 흐를 수 있을까요?
나무와 물로 만난지 어느덧 40년이 되었네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