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익숙한 길을 걷고 산을 오르내리다 다시 낯선 길을 찾아 집을 나섰다. 익숙한 길은 편안하지만 때론 지루하고 걸음도 생각도 별 자극이 없기에 호시탐탐 낯선 길을 찾게 된다.
낯선 길을 찾아 갈 명분을 창문에 기대어 놓고 보며 그럴듯하게 합리화 한다. 은퇴자의 첫째 덕목이자 의무는 건강이겠다. 가진 것 없는데 건강마저 잃으면 다 잃는 거라 하지 않던가. 가진 건 시간 뿐이고 건강을 지키려 걷기 위한 일이다.
<오름나그네>를 세상에 내놓은 김종철 선생은 한라산을 천 번도 더 오르내렸다고 했다. 그 만큼 오름도 수없이 찾아다녀 육필로 세 권의 오름안내서를 쓴 것이리라.
그동안 부분적으로 걸었던 제주 올레길을 낯선 길로 선택했고, 이번엔 1코스부터 시간이 되는 한 이어 걸어보려 한다. 더불어 지금까지 찾아 올랐던 50여 오름에 올레길에 있는 오름들을 추가하고 싶다.
370여 오름을 다 오를 때까지...
삶은 죽기 전까지 녹슬지 않으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겠다. 이젠 노동을 대신해 운동을 하라는 것이 퇴직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건강하려면 건전하게 행복한 삶을 살며 올바른 섭생攝生을 하면 내 안의 복원력이 만병을 통치한다고 <환자를 의사로 만들기>에서 주서영 명의 님은 말한다.
하여 그는 스스로 복원력을 키우도록 도와서 환자를 의사로 만들어 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걸으면 행복하고 또한 건전한 일이니 이같은 섭생이 어디 또 있겠는가.
길 1

첫날 부터 브레이크 고장난 테슬라 처럼 페이스를 잃고 어쩌자고 40여 km를 5만 보 넘게 걸었다.
올레길 세 코스(#1, #1-1, #2)와 그 길에 있는 오름 네 곳(말미오름, 알오름, 쇠머리오름, 대수산봉)을 올랐다.
비우려 떠난 길이었으나 나도 모르게 채운 셈이 되었는데 승부욕을 자극한 건 할망민박의 강아지였다.
밤새도록 낑낑거리는 소리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차라리 일찍 부터 걷자고 서둘러 길을 나선 건 실은 욕심 때문이지 강아지는 핑계다.
올레길 첫 코스와 우도를 들어갔다 나오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지만 06시부터 걸어서 한낮에 끝났기에 한 코스를 더 걸었다.
길을 걸으며 눈에 들어 온 건 밭과 새롭게 돋은 나무, 늘 그렇듯 경이로운 자연이었다.
길은 어디에나 열려 있었다.
길 2

오름 길을 걸으며
새소리로 귀를 닦고
찔레꽃 향기로 샤워를 했습니다
올레길을 지키다 반가워 짖는
강아지와 합창을 하고
리본따라 가다보니 바당길입니다
바람은 드세고 파도는 끝없이
쉬지 않고 내게로 오는데
안아줄 가슴이 좁습니다
바당길은 멀어 보이는데
먼 길 가야할 다리도 쉬고
커피 한 잔 하며 졸고 있습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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