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오빠와 중학생 언니가 있는 엘른은 4학년 여자아이입니다.
오빠와 언니도 내 버스를 탔었고 엘른 역시 같은 학년 짝꿍 매건과 함께 킨더부터 내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스쿨 버스안에서 두 꼬맹이들이 늘 붙어 앉아 까불거리고 떠들며 장난도 하는데 지난주에는 너무 심하다 싶어 야단을 쳐 주고 두 꼬맹이들을 따로 앉도록 떼어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심통이 나서 삐져 버렸습니다.
물론 자기 부모에게 나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았겠지만 나를 잘 아는 부모는 오히려 내 편을 들었고 그러자 더욱 삐져서는 몇 일간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후 집에 내려 줄 때 롤리팝과 샤워패치를 보여주면서 “어떤 것을 가질래?” 하고 물어 보니 “다 필요 없어요”하고는 퉁명을 부리며 내렸었는데, 이번 주 월요일 화요일 삐쳐있는 녀석을 보니 안됐다는 마음도 들고 내가 열 살짜리 꼬맹이와 무슨 짓을 하는 것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욱이 이제 일주일 후면 중학생이 되고 더 이상 내 스쿨 버스를 타지 않게 되는 엘른에게 초등학교의 스쿨 버스에 대한 예쁘지 않은 기억(記憶)을 남겨 준다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스쿨 버스를 세우고 고개를 획 돌리고 앉아 있는 엘른에게로 가서 말을 건넸습니다.
“엘른, 네가 그렇게 화를 내고 나와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넌 네가 원하는 것을 결코 얻을 수 없는 거야.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내게 해. 자... 말해 봐, 왜 화가 났니?”
엘른의 말은 내가 자기와 매건에게만 야단을 쳤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다른 아이들에게는 야단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제이도 카이야도 똑같은 행동을 했는데 라며 불만을 털어 놓습니다.
“엘른, 제이는 몇학년이지?”
“2학년이예요”
“카이야는?”
“어.... 킨더요”
“그럼 너는?”
그러자 엘른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습니다.
“너는 4학년, 이제 중학생이 되잖아, 제이는 2학년이고 카이야는 킨더고 그런데 어떻게 너와 비교를 할 수 있겠니, 4학년이면 4학년답게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잖아”
내 말을 듣던 엘른과 매건이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 둘이 같이 앉고 싶은데....’라며 웅얼거립니다.
“그래 좋아, 4학년 ‘Big Sisters’. 둘이 같이 앉도록 자리를 옮겨 줄테니, 4학년답게 행동 할 수 있겠니?”
내말에 두 꼬맹이들의 표정이 활짝 펴지면서 “YES!!" 라고 대답합니다.
엘른을 집에 내려 줄 때 사워패치와 롤리팝을 보여주면서 “넌 다 필요 없다고 했었는데...”라고 말하자 얼른 엘른이 “I‘ll take a Sour Patch"라고 말 합니다.
Sour Patch 몇 개를 건네주자 모기소리 만하게 “Thank you"라고 말하고는 폴짝거리며 스쿨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뛰어 가는 엘른을 보니 가끔 어리광을 부릴 때가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자란다는 것은 변치 않는 진리(眞理)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삯꾼 장호준
************
8학년 여자아이의 선물

새학년이 시작되면 고등학생이 되는 8학년 여자아이로부터 선물과 함께 종이 가득 빼곡하게 채운 손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곳은 가을부터 새학년이 시작되는 지라 내일이면 학교가 끝납니다.
매년 이 때가 되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아이들과 스쿨 버스 작별(?)을 하게 되는데 때로는 섭섭하고 때로는 시원하게 아이들을 떠나보내게 되지만 거의 대부분은 “허이구 저녀석 다시는 안 보게 돼서 속 시원하다”하는 생각 보다는 그저 마음 한 구석 섭섭한 마음이 더 많이 듭니다.
어려서부터 내 스쿨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었습니다.
Covid-19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았던 때를 지나기도 했고, 다시 학교가 수업을 시작 한 이래 한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던 때도 있었지만 어느날 마스크를 벗은 아이의 얼굴에서 ‘그 동안 정말 많이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아이입니다.
중학교 축구(Soccer)선수였던 아이가 가끔 힘들어 지쳐있던 모습을 보기도 했었지만 그럴 때 마다 빙긋 웃어주며 슬쩍 롤리팝이나 과자를 건네주기도 했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Your smiling face brightens my day, even at 7:27 in the morning.'이라고 합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더 이상 내가 운전하는 스쿨 버스를 타지는 않게 되겠지만 누군가가 운전하는 스쿨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I'll have another Bus Driver but never another Chang.'이라는 아이의 말은 내 마음을 흔들어 코끝을 시리게 합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사람들이지만 그 유일함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유일무이한 여러분 모두를 존경하며 사랑합니다.

삯꾼 장호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jhj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