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쿠릴 열도인가. 일본이 주변국과 연쇄적인 영토분쟁(領土紛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언론이 2일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전날 러‧일간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천도열도)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톱뉴스로 전하며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경제신문은 러,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면서 쿠릴열도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도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1956년 국무성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쿠릴열도가 일본의 주권하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양국 영토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지지한다고 밝혀, 쿠릴 열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 러시아간의 갈등이 다자간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중,소 대립이 해소된 1980년대 이후, 북방영토에 대해서 더이상 언급하지 않지만 사실상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 했다.
쿠릴 열도는 일본의 북해도(北海道 홋카이도) 북서쪽으로 56개의 섬과 바위들이 1300km를 줄지어 있는 것으로 2차대전 이후 전승국인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쿠릴 열도 중 북방 4개섬에 대해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였다며 반환을 요구해 왔다.
한편 일본 국민들은 최근 조어도(釣魚島) 사태로 대중외교관계가 크게 악화되고 중국서 연일 반일시위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쿠릴 열도문제까지 불거지자 우려의 빛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일본이 주변국들과 동시다발적인 영토 분쟁이 벌어지는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도쿄에 사는 주부 후시미 씨는 “일본이 영토를 보호하려는 것은 좋지만, 지금은 러시아와 중국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장의수특파원 eschang@newsroh.com
<꼬리뉴스>
쿠릴열도 한민족도 거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일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의 쿠나시르 지역을 전격 방문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주 러시아 대사를 한시적으로 소환(召喚)하기로 결정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일본의 고유영토를 러시아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일본의 행동을 결코 용납(容納)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쿠릴 열도는 본래 아이누족을 비롯한 여러 종족이 살고 있었다. 187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약에서 일본은 사할린을 포기하는 대신 쿠릴 열도를 가져가기로 러시아와 합의한 바 있다.
2차 세계 대전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쿠릴 열도는 러시아에 반환(盤還)되었지만 일본은 쿠릴 열도 가장 남쪽의 네 개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쿠릴 열도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벨라루스인, 타타르인, 고려인(사할린 한민족), 니브히족, 오로첸족, 아이누족 등 3만여 명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황철광, 유황 등의 자원으로 경제적인 가치는 물론,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어 양국간 첨예(尖銳)한 대립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