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버지니아주 동해 병기 캠페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패도 여러번 해봤고 결국 성공의 기쁨도 맛봤다. 실패와 성공을 통해 힘들었던 일과 기쁜일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이 과정에서 많은 노하우를 얻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실제 경험을 통해 배웠고 깨달은 중요한 점들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차후 다른 해외 동포들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이 중요한 민족적인 이슈를 가지고 시민 운동을 전개할 때 많은 도움을 주는 참고서가 되기를 바란다.
사전 준비 과정:
1. 어느 특정 이슈에 대한 시민 운동을 시작하기 전 그 이슈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철저하게 수집하고 또 다른 중요한 관련 정보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관련 정보를 수집(收集)할 때는 나의 주장과 일치하는 자료만 수집하지 말고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담은 자료도 함께 수집해야 한다. 내가 동의하는 자료는 손쉽게 정리해서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반대 의견을 모르면 반박할수 있는 자료를 사전에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와 ‘미주 한인의 목소리’ 임원들은 동해 병기 캠페인을 위해 ‘동해’와 ‘일본해’에 대한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했다. 동해 병기를 지지하는 자료뿐만 아니라 일본해 단독 표기를 해야한다는 일본측 주장을 펼치는 자료도 수집했다. 신문 기사들이나 동영상 자료, 또 동해 병기 찬성과 반대 웹사이트에 올려진 자료들까지 모두 수집했다. 또한 동해 병기에 대해 제 삼자로서의 입장을 밝힌 여러가지 의견이 수록된 기사나 동영상 자료도 함께 수집했다.
2. 수집한 정보와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충분하고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 모두 충분히 이해를 해야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주장은 한쪽으로 치우친 입장 표명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에 준비하는 자료는 찬성 의견을 더 끌어들이기 위한 것도 아니고, 반대 의견을 설득하려는 것도 아니다. 준비하는 자료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사람들을 내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필자와 VoKA 임원들은 수집한 동해 병기 관련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찬성쪽 자료와 반대쪽 자료를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여러 차례 반복을 거쳐 검토하고 또 검토했다. 양쪽 의견을 다 이해할 때까지 충분히 검토를 함으로써 양쪽 주장에 대해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전백승할 것이다.
3. 나의 입장을 충분히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객관적인 타당성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자료에 너무 나의 입장만 표명하면 안 되고 반대 입장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 즉 이 자료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사람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것이니만큼 너무 내 입장만 주장하면 좋지 않다. 반대 주장도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객관적인 근거를 비롯해 논리와 상식을 토대로 나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설득력 있는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동해 병기 타당성 자료를 만들 때 우선 1929년 이후에 전세계 지도/출판물/교과서에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어 86년 동안 사용되어 온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해’라는 바다 이름이 전세계 지도에서 사라진 1929년도에는 대한민국이 일본의 통치하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 수로기구회의에서 일본이 독단적인 결행을 통해 ‘동해’를 없애고 ‘일본해’를 단독 표기하게 한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우리의 주장은 ‘일본해’를 다시 ‘동해’로 바꾸어 달라는 것이 아니고 병행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전세계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가까운 바다는 ‘동해’이고, 일본에서 가까운 바다는 ‘일본해’로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4.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야 한다. 사업 계획서는 다른 여러 프로젝트나 사업을 하기 위한 계획서하고 비슷한 구조일 것이다. 우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만들고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치기 위한 구제적인 행동 계획이 필요하다. 목표와 전략, 그리고 행동 계획이 수립되면 그에 따르는 필요 인력과 마일스톤, 그리고 필요 예산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은 사업 계획서대로 움직여주지만은 않는다. 그러므로 필요에 따라 사업 계획서 내용은 적절하게, 또 약간씩 효과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필자와 ‘미주 한인의 목소리’ 임원들은 시민 운동의 최종목표를 2017년 IHO 에서 동해 병기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정했다. 그러기 위해 단계별 목표를 3 단계로 나누어 설정했다. 그중 1단계가 미국내 모든 교과서를 ‘동해 병기’로 바꾸는 것이었다. 미국내 교과서에 동해 병기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동해 병기 법안을 통과시켜야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장기 전략과 행동계획을 수립했고 140 명의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후보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예산 확보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비용은 필자와 임원들이 사비로 충당했다. 일부 모금 운동으로 도움은 되었지만 전체적인 예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