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밤 7시에 후러싱 금강산식당에서 오인동박사의 한반도 통일강연이 있답니다. 오박사는 ‘6.15선언실천해외LA지부장’으로 평양에도 여러번 다녀온 통일전문가이지요. 김일성대학과 평양의대에서 고관절 수술기술을 전수해준 유명한 외과의사이기도 하구요. LA한인사회의 명사입니다.”
“아, 지난번 3.1절에 금강산식당에서 한반도 중립화평화통일을 강연했던 분 아닙니까? 북한에도 여러번 다녀왔으니 종북좌파(從北左派)이겠네요. ‘평양에 두고온 수술가방’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니 빨갱이가 아닙니까? 나처럼 ‘평양에 두고 온 부모형제’가 있는 월남반공주의자들은 빨갱이라면 치가 떨립니다. 공짜로 오래도 안 갈 텐데 20불씩 밥값내고 오라니? 내 그 깐데 안 갑네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난번 모임에 가서 들어보니 오박사는 남북 양쪽을 이해하는 중립지대에서 통일을 걱정 하더라구요. 북한의 공산독재정권은 싫어하지만 독재와 빈곤에 신음하는 북녘동포는 사랑하자는 통일주의자였어요. 노태우정권시절 ‘대한민국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이명박대통령때인 2011년에 ‘한겨레 통일문화상’을 받은걸 봐도 빨갱이가 아닌 건 확실합니다. 그래서 이번 강연에는 극우파 통일운동가들의 참여를 환영한답니다. 통일론을 놓고 격렬한 좌우토론을 벌려보자는 거예요”
“그래요? 그렇다면 이번에 뉴욕 뉴저지에 사는 반공친구들과 함께 가보고 싶군요.”
오인동박사 초청강연을 두고 뉴욕한인사회에서 오고가는 대화 한토막이다.
내가 오인동박사의 강연에 가고 싶은 건 꼭 통일론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통일은 유비 조조 손권이 등장하는 “삼국지”통일과 항우와 유방이 패권을 다툰 “통일천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통일은 당나라 외세를 빌어 3국을 통일한 김유신의 삼국통일이다. 신라의 삼국통일로 우리는 고구려의 광활한 요동땅을 잃어버리고 반도국가로 오그라들었다. 차라리 신라가 통일을 하지 안했더라면 대한민국은 지금 아시아에서 중국다음으로 국토가 큰 대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내가 오인동박사의 강연에 참석하려는 건 오박사의 아메리칸드림과 인간성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지난번 3.1절 강연장에서 나는 10분 동안 오박사를 만나봤다. 강연전에 있었던 식사시간에서였다. 다른 일이 있어서 겨우 인사만 나누고 나와 버린 것이다.
불원만리(不遠萬里)로 찾아온 강사에게 여간 미안 한게 아니었다. 강연 후 메일을 보내 사과했더니 금방 답장이 왔다. 문장이 작품처럼 아름답고 심오했다. 음악수필은 읽는 교향악연주였다. 그는 등단한 수필가였다. 젊은 군의관시절에 쓴 신동아 논픽션 응모작품 “아듀 DMZ”는 대작이었다. 장장 180페이지에 군의관 시절의 에피소드를 닮은 젊은 날의 초상(肖像)이었다. 유려하고 재미있는 필체로 고향 가족사 학문 국가관 개인철학을 다루고 있었다.
우리는 중학교문예반 학생처럼 자주 메일을 주고받았다. 어떤 날은 하루에 4번씩 그러니까 왕복 8번이나 메일을 교환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소설가가 될수 있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만의 비책을 메일링.
“1. 사람을 다섯명쯤 죽여야 합니다-살인
2. 10명 정도의 여자와 사랑을 나눠야 합니다-간음
3. 남의 재산을 뺏어서 부자가 돼야합니다-사기
4. 위의 3가지를 하고도 절대 들통 나지 말아야 합니다-천재“
천재성과 광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뚜르게네프처럼 마크 트웨인처럼. 난 3가지를 못해서 겨우 독자투고를 쓰고 있을 뿐이랍니다.
신나게 답장을 보내왔다. 체험담을 담아서 몰래 고백했는데 소설처럼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었다. 유쾌한 답장.
“오박사님의 체험고백은 세상 어떤 장편소설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그렇다면 구태여 소설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다시 보내온 답장.
“우문(愚問)에 내려주신 등촌의 현답(賢答)에 박장대소(拍掌大笑)할뿐입니다”
난 오인동박사를 동초(冬草)라고 부른다. 겨울에도 살아남는 겨울 풀 동초. 6.25때 황해도 옹진에서 월남한 초등학교교장선생님의 아들은 항상 일등이었다. 미국에서도 하버드와 MIT대학에서 교수한 학구파의사다. 미국의학계가 주목하는 세계적인 인공고관절수술 전문가다. 그가 영어로 펴낸 14권의 고관절수술책은 고관절수술의 교과서로 정평이 나있다. 아메리칸드림을 성취한 이민자의 롤 모델인 것이다. 그는 저명한 저술가이기도 하다
북한방문기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은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 <꼬레아Corea , 코리아Korea>는 출판상을 받은 문제작들이다.
오인동박사는 아메리칸드림의 롤 모델인 것이다. 오인동박사가 뉴욕에 온다. 6.15공동선언 실천 뉴욕위원회의 초청으로 금강산에서 통일강연을 하러온다.
“대한민국사람으로 통일을 반대하는 이가 있을까요? 자유민주체제로 통일돼야 하는걸 모르는 사람도 없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노래해 왔으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그걸 몰라서 통일강연을 들으러가는 게 아니죠. 강연의 내용이야 똑같지만 강연자의 사상 철학 인품에 따라서 감동의 무게와 색깔이 다르게 다가오지요. 그래서 연사가 필요한 게 아닙니까?” .
오인동박사의 통일강연은 통일원장관의 강연과는 다를 것이다. 금강산식당 홀에 한인들을 모아놓고 하는 강연이지만 아주 멀리 퍼져 나갈 것이다. 서울 청와대 대통령집무실에까지, 더 멀리 평양 김정은의 밀실에까지 들려질 것이다. 오인동박사의 목소리가 특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도 이번에는 일찌감치 가서 첨부터 끝까지 열심히 들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