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박청수 교무

평생을 평화를 위해, 그늘진 곳에 햇살을 나누기 위해 헌신하신 박청수 원불교 원로 교무님에게 먼 길 떠나기 전 조그만 힘이라도 얻어 가려 경기도 용인시 헌산중학교 뒤편에 자리 잡은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을 찾았다. 오랜 가뭄 끝에 굵은 빗줄기가 시원하게 내리치는 날이었다. 교무님은 몇 년 전 낙상사고로 걸음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와서 달덩이 같은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목소리도 얼마나 맑고 고운지 훌륭한 사람들에게서 뿜어 나오는 위압감은 애초부터 없었다.
이런 분일수록 자신의 많은 부분은 포기한 삶을 살아왔고 그런 삶이 일반인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기로 느껴지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사람들이 왜 그를 ‘마더 박청수’라 부르는지 궁금증을 푸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 없었다. 무아봉공(無我奉公)은 부처님의 가르침의 정수이다. 나를 없애고 공(公)을 받드는 원불교의 공도(公道) 정신이다.
한평생 남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나누며,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지시는, 끝없는 나눔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박청수 교무는 이런 일이라면 종교 간의 높은 벽도 허물고 31년 동안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성(聖)라자로 마을 한센병 환자들을 돕는 일을 헌신적으로 했다. 한번 장벽을 허물고 성취의 기쁨을 누려본 사람은 그 다음 장벽을 무너뜨리는 일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55개국을 돌며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의 아파하는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가서 그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따스한 손길을 내밀었다.
그에게 “나는 평화를 위해서 다시 지구 반 바퀴를 달려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발하여 호치민으로 그리고 캄보디아의 프놈펜을 거쳐 방콕으로, 방글라데시와 인도를 지나 이란, 이리크, 터키를 지나 최종적으로 로마의 바티칸까지 달려가서 교황님에게 2023년 크리스마스 미사는 꼭 판문점에서 집전하시도록 간청하겠습니다. 이 일이 성사되면 교무님도 판문점에 꼭 와주세요!” “그럼요. 그렇게 되면 꼭 참석하겠습니다.”
그가 말하는 평화란 이런 것이다. “사람을 살육하던 전쟁의 총성이 멎는 것이지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마음에 분노가 있으면 평화를 잃는 것입니다. 내면의 자성(自性)이 충만한 사람이 행동할 때 고통을 녹이는 평화의 빗방울이 될 수 있습니다.”
무지한 이들을 위해서는 학교를. 아파하는 이를 위해서는 병원과 약품을, 배고픈 이들에게는 빵을, 목마른 이들에게는 우물을,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고아원을 지어주었다. 그 많은 일, 그 무거운 일, 그 큰일을 하고도 아직도 그는 그 짐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권을 상실했을 때 러시아 연해주로 독립운동을 하던 분들의 자손들이 선조들이 살았던 대한미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여 선진국이 된 한국에 더 나은 삶을 찾아온 고려인 돕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우리 동포 고려인들이 대한민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도록 도웁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86세의 노인이라기엔 힘이 느껴진다.

이제 자리를 뜨려 일어서자 그는 나를 꼭 껴안아 주면서 말했다. “먼 길 떠나는데 건강하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서 평화가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축원합니다.” 그의 뜨거운 포옹을 받은 나는 마치 공중급유를 받은 전투기처럼 전투력이 살아났다.
먼 길 떠나기 앞서 밀려오는 두려움과 걱정이 모두 사라지고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됐다! 이 힘이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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