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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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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의 길을 가다 키웨스트!

100달러 그 까이꺼 ‘포기도 지혜다’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4-09-05 (목) 19:36:08

100달러 그 까이꺼 포기도 지혜다

- 미쿡 노마드 D+58. 810

 


 

원래는 오늘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 에서 플로리다 주의 잭슨 빌까지 갈 예정이었다.

880km의 먼 길이다.

요상하게 루이지애나주에 들어서면서 부터 여러가지가 꼬였다.

다행히 짬밥의 힘으로 문제를 다 잘 풀어내기는 했다.

신경을 많이 썼더니 에너지가 방전(放電)되는것 같다.

미쿡 자동차 일주 여행이 두 달 째 되어간다.

하루도 푹 쉰 날이 없다.

경험상 이럴 때 조심해야한다.

주의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어제 일인지 그제 일인지가 햇갈리고 기억이 잘 안난다.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지금까지 모자 2, 혈당 체크기, 보조 밧데리를 잃어버렸다.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나마 지갑이나 여권이나 국제 운전 면허증 같은건 잃어버리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특히 아직은 건강 을 잘 지키고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오늘은 아침 부터 정비 경고등이 들어오는 랜트카를 다른 차로 교체 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했다.

잭슨빌 까지 하루에 가는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중간에 있는 Moss Point Pascagoula라는 작은 도시에서 하루 쉬어 가기로했다.

처음으로 오후 5시가 되기도 전에 숙소에 일찍 체크인을 했다.

인터넷으로 당일 예약하고 카드로 결재했다.

미국 호텔들은 보증금을 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액수는 호텔마다 제 각각이다.

20, 50, 100불 등 부르는게 가격이다.

나중에 환불을 해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숙소도 보증금을 요구한다.

호텔비가 70불 인데 보증금은 100불을 맡기란다. ㅠㅠ

총무를 보는 동행이 보증금을 카드로 결제하는걸 꺼려한다.

환불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정산하는데 애를 먹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내도 되느냐고 물으니 가능하단다.

현금을 냈다.

20달러 짜리 5장이다.

방 키와 와이파이 비번을 받고 조식 시간을 확인하고 방으로 짐을 옮겼다.

하루를 잘 쉬었다.

다음 날 총무가 잭슨 빌에 도착해서 지출 금액을 정리하다가 비명을 내지른다.




오메 오메~ 보증금을 환불(還拂) 안받고 왔네 ~

다시 되돌아 갈수도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디포짓 영수증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항상 영수증을 확인하고 받았었다.

이 날은 나도 총무도 영수증을 챙기지 않았다.

예약 사이트에 연락을 했다.

자기네는 숙박비만 결재 할 뿐이란다.

디포짓은 숙소와 직접 하는거란다.

맞는 말이다.

숙소에 이메일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로 이동하는데 전화가 왔다.

미쿡에서 이렇게 빨리 액션을 취하는건 극히 드문 일이다.

자기가 비디오와 현금 보관 박스를 확인했단다. 디포짓을 받은 사실이 없단다.

증거를 보여주겠다고 큰 소리를 친다.

ㅍㅎㅎㅎ

디포짓을 받는 호텔이다.

현금으로 받지 않았다고?

그럼 신용카드로 받았을것 아닌가?

신용카드를 쓰면 은행에서 바로 바로 내역이 날라온다.

분명 날라오지 않았다.

그럼 신용카드도 현금도 안받았다는거야?

그럼 나만 특별히 디포짓을 면제해줬다는거야 뭐야?

소가 웃을 일이다.

한참 얘기하는데 똑같은 소리만 해댄다.

변호사 선임해서 징벌적 손해 배상을 확 청구해버릴까?

승소 후에 반땡하는 조건이면 괜찮을듯도 하다. ㅎ ㅎ ㅎ

이런 경우 긴 말 해봐야 소용 없다.

영수증을 안받은건 내 실수 맞다.

상대는 양아치꽈다.

~ ~ 겠 쓰 므 니 다 요.

이럴 때는 빨리 포기하는게 상책이다.

내 정신건강에 이롭다.

100불에 시간 낭비하고 스트레스 받기 싫다.

포기도 지혜다.

100달러로 액땜한 셈 치고 빨리 잊기로했다.

헛웃음 크게 날려주고 땡쳤다.

모든게 내 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

 

*************************************

 

<마이애미 비치>

- 주차장 찾아 3만리

- 미쿡 노마드 D+59. 811

 

마이애미 비치에 도착했다.

드디어 카리브 해의 코발트 빛 바다와 만났다.

내륙의 국립공원과 계곡과 사막과 도시와는 전혀 다른 가볍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동행이 마이애미에서는 비치와 가까운 리조트에서 묵는게 어떠냐고 묻는다.

이미 검색을 해서 골라놓고 하는 말이다.

흔쾌히 동의했다.

매번 저렴한 근교의 자동차 여행자용 모텔에서만 묵었다.

한번쯤 호사(豪奢)를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보니 위치가 좋다.

사우스 마이애미 비치까지 걸어서 갈만하다.




한 가지 문제는 주차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주차장 없는 리조트도 있나?

온 라인에는 리조트라고 해놨다.

직접 가서 보니 훼밀리 모텔이다.

이거 사기 아님?

가까운 주차장은 다음날 체크 아웃 할 때 까지 100불이 든다.

퍼블릭 주차장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근처는 밤샘 주차하는데 최소한 75, 50불이다.

1.5km 떨어진 바닷가에 퍼블릭 주차장을 발견했다.

아침 9시 전에 출차하면 요금이 12.5달러다.

해양 경찰서가 바로 앞에 있다.

기웃거려보니 당직자 2명이 밖에 앉아서 노가리 대잔치를 하고 있다.

숙소까지 거리가 좀 멀지만 가격이나 안전 두 가지 모두 괜찮다.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무인 주차장이다.

큐알 코드를 스캔해서 온라인으로 결재해야한다.

한국에선 해본적이 없다.




궁즉통이다.

한 손엔 신용카드를 들고 또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끈기있게 쭈물럭 쭈물럭 댔다.

어느 순간에 결재가 됐다.

고거 참 신기하다.

다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옮겼다.

그리고 다시 바닷가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모셔 두었다.

올 때는 터덜 터덜 걸어서 왔다.

숙소에 와서 늦은 저녁을 먹는데 눈이 스르르 감긴다.

자동차 여행자가 시내에다 숙소를 잡는건 고생을 자초하는 짓이다.

뉴욕, 라스베가스, 뉴올리언스, 마이애미에서 주차 때문에 크게 고생을 했었다. 도시라면 질겁을 할 정도로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다.

자동차 여행을 할 때는 무조건 근교의 맞춤형 모텔을 선택해야 한다.

시내에 있는 명소나 맛집 등을 갈 때는 근처의 퍼블릭 주차장 위치를 미리 확인해서 필요한 시간 만큼만 세워두면 된다.

그리고 걸어서 다니면 된다.

대충 세웠다가는 벌금 폭탄을 받는다.

버스나 트램, 지하철 등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행자가 있는 경우에는 우버를 이용하는게 가성비가 좋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생각한다.

앞으로는 숙소를 고를 때 꼬라지를 알고 분수와 주제와 원칙을 지키겠노라 다짐했다. ㅎㅎ

첫 날 주차장 찾아 3만리 하느라고 영화에서 봤던 멋지고 화끈한 마이애미 비치는 구경도 못했다.

다음 날에야 낮에 가서 땀 질질 흘리며 카리브의 미지근한 바닷물에 발가락만 적셨다.

그래도 꼬이고 꼬였던 며칠에 비하면 행복한 날이다.

지뢰 제거 작업하듯 보냈던 며칠을 생각하면 참 편한 날이다.

기온 32도에 습도 75의 날씨에 땀을 비오듯 쏟았지만 행복하고 감사하다.

 

**************************************

 

<물 위의 길을 가다>

- 미국의 땅 끝 섬 키웨스트(Key West)

- 미쿡 노마드 D+60. 812.

 



키 웨스트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내가 본 세상의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미국에 와서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사랑스럽다.

환상적인 드라이빙 코스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 40개를 연결한 다리로 연결된다.

오버시스 하이웨이(Overseas High).

물 위의 길은 205km나 이어진다.

길 주변의 카리브해는 수면이 낮다.

물 색깔이 황홀하다.

맹글로브 숲이 아늑함을 준다.

다리는 수면과 거의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낮게 이어진다.




문득 무너미 길이 떠올랐다.

물과 길이 평행으로 달리는 느낌이 같다.

마음을 편하게 한다.

마치 물 위를 달리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키웨스트는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에서 270km 남쪽에 있는 작은 섬이다.

쿠바와는 145km 정도로 가깝다.

섬의 길이는 6.4km 너비는 3.2km에 불과하다.




이 작은 섬에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갈 길이 바쁜 노마드지만 이 곳만은 꼭 와보고 싶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물 위의 길을 드라이빙 해보고 싶어서다.

더 큰 이유 하나는 내가 최애하는 헤밍웨이가 살았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서다.

두 가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힘들게 먼 길을 왔다.

시작점인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5,100km를 달려온거다.

머나먼 길이었다.

수고와 고생이 눈 녹듯이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온 보람이 있다

미국의 땅 끝 섬에서 카르페 디엠을 이루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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