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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문화방송․경향신문 입사후 신문사 사회부장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편집인(상무)을 역임. 한국신문윤리위원, 언론중재위원,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및 언론위원회 위원장, 한국카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고 숙명여대 홍익대 대학원 등에서 강의했다. 2007년부터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재직중이다. 최근 저서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인 피동형저널리즘을 날카롭게 파헤친<피동형기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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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도 신문윤리를 말했다

'카더라'에 파묻힌 기자들
글쓴이 : 김지영 날짜 : 2015-12-01 (화) 11:43:00

     

춘추필법(춘추필법)이란게 있다.

공자가 내세운 역사 기술 방식이다.

중국의 경서(經書)인 춘추(春秋)와 같이 엄정하고 비판적인 태도로 대의명분을 밝혀 세우는 논법. 다시 말하면 우선 객관적인 사실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그 바탕위에서 ·의견을 내려 좋은 것은 높이고 나쁜 것은 낮추는, 즉 포폄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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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의견.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전국의 신문들을 대상으로 자율심의를 하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요즘 한 달에도 평균 100건 안팎의 기사를 제재하게 되는데, 이때 자주 적용하는 신문윤리 조항이 바로 사실과 의견이다. 신문윤리 실천요강 제3조 보도준칙의 (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구분)이다. “기자는 사실과 의견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보도기사를 작성해야한다. 또한 기자는 편견이나 이기적 동기로 보도기사를 고르거나 작성해서는 안된다는 내용.

 

달리 말하면 어떤 사실에 대해 의견을 밝히되, 의견 때문에 사실 자체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같은 사실과 의견 구분은 현대 저널리즘의 기초인 객관보도의 핵심 요소로서 20세기에 들어 미국에서 이론이 정립됐다. 객관보도는 정확성과 객관성·공정성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인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때 비로소 보도문장이 정확해지고 객관적이며 공정해진다는 개념이 자리잡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한다는 점은 동서와 고금을 관통하는 문장의 대원칙중 하나인 셈이다.

 

이러한 보도 문장 원칙이 요즈음 한국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신문윤리위원회가 사실과 의견 구분위반으로 제재하는 신문보도가 (의견기사도 아닌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으로)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기자들은 요즘 무엇 때문에 기사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않는가? 제재를 받은 기사들을 모아서 분석해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추측성 보도 때문이다. 기자가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자기 짐작으로 보도하려다 보면 취재원을 나타내지 않고 알려졌다’ ‘전해졌다따위의 전언형 피동 서술어미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요즈음 이같은 표현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역시 취재원 없이 “···한다는 평가다” “···한다는 지적이다등으로 기술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익명의 취재원들을 등장시켜 특정한 의견을 제시하게 한다. 말 그대로 카더라보도인 것이다.

 

둘째는 경향성 때문이다. 기자가 자신이나 소속언론사의 이해관계 또는 제작이념 때문에 같은 사실을 이왕이면 자기 입맛에 맞추어 쓰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표현 방식은 마찬가지다. 추측이나 경향성으로 왜곡된 보도문장 표현은 때때로 그대로 제목으로 인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자들은 왜 갈수록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않을까? 군정 계엄시절이나 보도지침시대도 아닌데 왜 카더라 보도가 늘어날까?

이는 한국언론의 위기가 그대로 기자들의 문장에 반영된 때문이라고 본다. 오늘날 우리 신문들은 산업적 위기와 이념적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 산업적 위기라면, 많은 뉴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신문들이 겪고 있는 재정난을 말한다. 또 이념적 위기라면 매체들이 특정 이념을 강하게 대변하면서 결과적으로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늘도 어떤 기자들은 자기 이름을 걸고 광고 카피나 홍보물과 다름없는 기사를 양산한다.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알려졌다따위의 전언 피동형 서술문장이나 취재원 없이 특정 의견을 밝히는 문장, 정확성과 객관성·공정성을 결여한 기사들이다.

 

25백년전 공자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라며 춘추필법을 강조한 배경에도 아마 산업적 위기나 이념적 위기가 있지 않았을까? 어느 시대에나 있을 법한 사회 현상의 출현이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문장 작법의 습관화가 현실왜곡의 습관화를 부르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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