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회 하원 전체 회의 심의 및 표결(2014년 2월 6 일)
드디어 하원 전체 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통과되면 이제 주지사 서명만 남게 되는데 주지사는 이미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공표했기에 무난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됐다.
항상 그랬듯 필자와 ‘미주 한인의 목소리’ 임원들은 전체 회의 전 팀 휴고 의원의 사무실에서 전략 회의를 했다. 팀 휴고 의원은 동해 법안이 통과 되는 것은 이미 대세이고 미 주류 언론들의 엄청난 관심 대상이 되었으므로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AP 통신과 로이터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으니 성의를 다해 응해달라며 필자에게 따로 부탁했다.
필자는 팀 휴고 의원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 후 주 의사당으로 향했다. 인터뷰 때문에 너무 늦게 간 탓인지 하원 의사당 관중석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필자는 대기실에서 400여명의 한인들과 함께 법안 심의 과정을 지켜봤다. 팀 휴고 의원 보좌관이 필자를 찾아왔다. 보좌관은 동해 병기 법안 통과가 끝나고 나면 대기실에서 전체 기자 회견을 할 예정이니 한인들이 모두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필자는 한인들에게 꼭 자리에 남아달라는 부탁을 한 후 동해 법안 심의 과정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먼저 팀 휴고 의원이 관중석과 대기실에서 심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500여명의 한인들을 하원의원들에게 소개했다. 그러자 100명의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돌아서서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곧 이어 팀 휴고 의원이 공식 발언을 시작했다.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잘못 표기된 바다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해’입니다. 이 바다를 대한민국 사람들은 ‘동해’라고 부릅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일본해’만 가르쳐서 ‘동해’란 바다를 모릅니다. 이는 절대 올바른 교육이 아닙니다. 잘못된 교육 문제를 바로 잡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원 의원 여러분은 이 문제를 다른 면이 아닌 교육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고 법안에 찬성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동안 계속해서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민주당의 모리시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나라 바다 이름에 관한 법안을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닙니다. 이번에 동해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내년에는 전세계 지형 문제나 역사 문제에 관한 수많은 법안들이 상정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됩니다. 우리는 이번에 확실하게 동해 법안을 부결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버지니아 주 의회의 유일한 한국계 정치인인 마크 김 의원이 일어나 발언을 시작했다. “1910 년 일본은 무력으로 대한민국을 점령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강제로 일본 이름을 사용하게 하고 일본어를 배우고 쓰도록 했습니다. 나라가 없고 힘이 없었던 대한민국 사람들은 치욕적이고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억지로 학교에 가서 일본어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버지니아주 의사당에 달려오신 500여명의 한인들 중 다수가 나이 많은신 어르신들입니다. 이분들이 일본 정부에게 당하신 것처럼 바로 나의 어머님도 엄청난 치욕(恥辱)을 당했습니다. 어릴 때 나의 어머님은 학교에서 일본어로 숫자를 세던 것이 습관이 되어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일본어로 숫자를 세곤 하십니다.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지 69년이 되었는데도 한국인들이 오래동안 사용해온 ‘동해’란 바다 이름을 찾아오지 못해 천추의 한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버지니아 주 의회가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많은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져주시기를 호소하는 바입니다.”
하원 교육상임위원장인 스티브 랜데스 의원이 발언을 이었다. “나는 교육위 위원장이며 공화당 의원으로 교육적인 차원에서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는 점에 있어서는 100% 동의합니다. 다만 이 문제를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법안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반대합니다. 주 의회는 모든 공립학교의 교과서 내용을 확정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 교육위원회에 일임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주 의회가 아닌 교육위원회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며, 따라서 이 법안은 부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이에 발끈한 공화당의 밥 마샬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무슨 소리입니까? 버지니아주 공립학교의 모든 교과서 내용을 확정지을 수 있는 권한은 전적으로 버지니아 주 의회가 갖고 있습니다. 물론 주의회가 모든 일에 다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권한을 주 교육위원회에 위임했습니다. 평상시에는 교육위원회가 교과서 문제를 관할하지만 버지니아주 15 만 한인들이 염원인 동해 병기를 추진하기 위해 의회에 이 문제에 들고 왔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 기관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 줘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하원에서 교과서 문제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주 의회 고유의 권한이므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다.”
필자와 500여명의 한인들은 이 모든 과정을 관중석과 대기실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빌 하웰 하원의장이 다른 발언이 없는지를 확인한 후 동해 병기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찬성 82, 반대 16였다. 압도적인 표차로 동해 병기 법안이 통과됐다. 버지니아주 한인들이 일본 정부와 맞대결을 펼쳐 6전 6승을 거둔 것이다. 한인들은 미주 한인 이민 역사 110년만에 역사적인 새장을 쓰게 됐다.